바른미래당, ‘보수 정의당’ 전락 우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2-12 14: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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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인 ‘바른미래당’출범을 하루 앞둔 12일 국민의당 당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과 사실상 합의가 중단됐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통합이)결렬 될지도 모르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의당 당원들, 특히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중도개혁통합’이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완수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더 간절한 쪽은 안철수 대표인 게 맞다. 하지만 유승민 대표도 그렇게 여유부릴 상황은 아니다.
    9석 미니정당으로 전락한 바른정당은 비교섭단체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제대로 된 ‘캐스팅보트’역할을 할 수가 없다. 그로인해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이고, 6.13 지방선거이후엔 자연스럽게 소멸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통합논의가 진척되면서 바른정당과 유승민 대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그나마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고, 그 대신 통합논의 과정에서 반대자들의 공격을 한 몸에 받은 안철수 대표는 많은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특히 안 대표가 상처를 입게 된 배경에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이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그런 모든 걸 감수하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바른정당에서 ‘통합결렬’ 운운하면서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으니 국민의당 당원들 속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지상욱 의원이 국민의당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당 당원들 상당수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고 있다. 좌우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이념대결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중도를 표방하고 나선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주기도 했다.
    그런데 지상욱 의원이 ‘합리적 진보’를 거부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로 그는 바른미래당의 정강에 ‘합리적 진보’라는 용어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오른 쪽으로 치우친 정당, 즉 ‘보수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보수정당화는 보수정당의 본류인 자유한국당의 ‘아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어서 희망이 없다. 특히 ‘보수’라는 이념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극우정당’으로 낙일 찍힐 위험성이 매우 높다. 만일 바른미래당이 그런 정당을 지향한다면 국민의당 당원들은 물론 상당수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특히 호남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결코 ‘합리적 진보’를 양보하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유승민 대표의 태도다.
    유승민 대표가 끝내 ‘바른미래당’의 공동대표직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유 대표는 국민의당 측의 ‘백의종군’ 요청을 뿌리치고, 12일 ‘바른미래당’의 공동 대표직을 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사실 바른미래당이 출범한다고 해도 6.13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7개 시도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최소한 5곳 이상에서 승리해야만 명실상부한 제3당의 입지를 구축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원희룡 지사가 있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어느 한 곳도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철수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자신처럼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서지 않는 한 지방선거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유 대표도 안 대표처럼 지방선거 출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방선거 이후에도 바른미래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대표든 유승민 대표든, 아니면 두 사람이 경쟁하든 필요하면 출마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안철수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사실을 거론하며 유 대표의 백의종군을 압박하기도 했다. 경쟁력 있는 유 대표도 안 대표처럼 지방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대표는 끝내 이런 요구를 일축하고 말았다. 자신이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는 게 이유다. 만일 유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보수 정의당’화하기 위해 그토록 대표직에 집착하는 것이라면 큰일이다.
    그러면 당장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그건 몇몇 특정 지역 의원들이 이탈해 민주평화당을 만들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를 양보하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바른미래당은 ‘보수정의당’으로 전락할 것이고, ‘극우정당’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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