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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연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양이다.
그래야만 더불어민주당과 평화민주당 간에도 선거연대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연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민주당과 민평당도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 의원은 "만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연대를) 한다면 민평당과 민주당도 (선거연대를)생각해볼 만하다고 의원들 간에 삼삼오오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한 번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라며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수 세력은 뭉쳐있고, 진보개혁 세력이 분열돼 있다면 (선거연대를)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0일에도 국회출입 광주·전남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만약,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선거연대를 통해 안철수는 서울시장 후보로, 남경필은 경기지사 후보로 밀 경우 상황은 예측 불허가 될 것”이라며 “정치권의 보수 세력들이 선거연대를 추진하게 되면 진보 세력들도 그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민평당과 민주당도 선거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바른미래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형식의 선거연대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민평당도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민주당과 민평당의 선거연대를 논의하기 위해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에 ‘묵시적 선거연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 의원이 의도한대로 진행 되지 않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에 선거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왜냐하면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가 "한국당은 청산 대상이지 연대나 연합의 대상은 아니라고 수차례 얘기했다“며 ”연합은 생각해본 일도 없다"고 일축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도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는 계획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에서도 굳이 민평당과 선거연대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다급해진 박 의원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주적논쟁’이다.
실제 박 의원은 지난 19일 민평당 의원총회에서 "합당 전 안 전 대표와 남 지사가 수차례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남 지사가 안 전 대표에게 주적(主敵)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안 전 대표가) '민주당 문 모(某)다, 한국당 홍 모(某)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은 박 의원의 주장일 뿐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허위사실 유포라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면 박 의원은 대체 왜, 이렇듯 무모한 발언을 한 것일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연대 논의가 실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민주당 측에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야만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이 민평당에게 선거연대를 하자고 손을 내밀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의도와 달리 민주당에서 “선거연대는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표출되었고, 민평당 조배숙 대표 역시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 박 의원은 왜, 민주당과 민평당의 연대를 그토록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일까?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박 의원의 ‘민주-민평 선거연대론’에 대해 “호남 광역단체장을 일부 양보하라는 카드를 내기위한 군불때기”라고 평가절하 했다.
즉 광주,전남,전북의 3곳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한 두 곳 정도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라는 요구를 위한 ‘군불때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민주-민평 선거연대’는 전남도지사 출마를 꿈꾸는 박지원 의원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 간절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선거연대는 없다”고 못을 박았음에도 지속적으로 양당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부추기는 건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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