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위기 교육, ‘슈퍼맨’이 필요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2-26 13: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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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방향타를 상실한 대한민국 교육이 좌우 진영논리에 따라 오락가락하다가 결국은 침몰위기에 직면했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특히 정치외풍에 취약하다. 교육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오직 진리탐구에 전념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정치외풍을 차단할만한 능력 있는 ‘슈퍼맨’ 교육감이 나오지 않는 탓이다.

    사실 서울시교육감은 ‘교육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자리이지만 이번에 출마설이 나도는 인사들 면면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2018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은 9조1513억원으로 결코 적지 않다. 물론 같은 해 서울시의 예산 31조 7429억원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부산시의 10조 7927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살림살이 규모가 만만치 않다.

    특히 내년부터는 교육감이 행사할 수 있는 교육청의 고위직 인사 운용 폭이 확대된다. 선출직인 교육감이 정무적 판단만으로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는 시.도지사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매우 낮다. 그러다보니 소위 ‘잔챙이’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출마가 잇따르고 그들이 당선된 후에는 정치권의 외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각 언론은 이른바 ‘전교조 교육감’이라 불리는 조희연 현 교육감이 조만간 재선 도전을 선언할 것이고 그러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거기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현역 프리미엄으로 인해 인지도가 높다는 게 ‘당선’을 점치는 이유의 전부다.

    물론 이명박(MB)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 제법 인지도가 있는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유력 후보감으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그는 자사고 도입 등 실패한 MB 정부 교육 정책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따라서 스스로 교육감 후보로 나서더라도 크게 주목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외에도 이성대 전 전교조 서울시지부장, 황선혜 전 숙명여대 총장,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이준순 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 이대영 서울무학여고 교장, 조영달 서울대 교수, 최명복 전 서울시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적어도 유권자들에겐 대부분 생소한 이름들이다.

    결국 조희연 교육감이 유력 후보가 되는 셈인데, 이건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재선을 의식해 법치주의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자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2016년 1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법적 노조 지위를 상실한 바 있는 전교조 소속 교사 5명의 노조 전임 휴직 신청을 허용했다. 이는 전교조가 신청한 노조 전임자 휴직을 불허한 교육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2일 "전교조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어서 재판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전교조가 신청한 노조 전임자 휴직을 불허한 바 있다.

    그런데 조 교육감이 교육부의 이런 방침을 무시하고 노조 전임휴직신청을 허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교조 노조 전임 신청을 허가한 서울교육청에 우선 자진취소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서울시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이처럼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한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준법정신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런 결정이 6월 교육감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최근 전교조에서 이성대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을 서울교육감후보로 내세웠는데, 이로 인해 진보성향의 표심이 분산될 것을 우려한 조 교육감이 서둘러 이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내가 전교조를 감싸 안을 테니. 전교조는 후보를 내지 날아 달라’는 일종의 회유책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교육은 위기다. 초.중.고교의 기본 교육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이를 바로 잡아 잡아줄 유능한 지도자가 전면에 나서줘야만 한다. 서울시민들은 그런 ‘슈퍼맨’이 등장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백년대계인 교육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질 슈퍼맨은 과연 나타 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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