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후보들, 진보나 보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2-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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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6.13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보수와 진보, 양측 진영의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이 너무나 실망스러운 탓이다.

    먼저 진보영의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을 살펴보자.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이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조 교육감은 27일 오후 7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재선도전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정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김생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백완기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진보진영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선 조 교육감 외에도 해직교사 출신인 이성대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지만, 그가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이 전 지부장은 조 교육감으로부터 ‘전교조 지원’을 약속받은 후 조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고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이 지난 23일 전교조 교사 5명의 노조 전임 휴직 신청을 받아들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해당 교사가 속한 학교에 각각 발송한 것은 다분히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일종의 ‘후보매수’ 행위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조 교육감이 과연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사실이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외고 폐지 촉구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등 교육감 당선 이후 줄곧 외고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두 자녀를 모두 외고에 보냈다. 실제로 장남은 명덕외고, 차남은 대일외고 출신이다. 이에 따라 행동과 말이 다른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내 자식은 보냈으니 이제 남의 자식들은 보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얘기냐”라며 “교육감 후보만큼은 적어도 자신의 처신을 돌아본 후 나서는 게 도리”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서울지역 23개 자사고 학부모 모임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원 2000여명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내로남불’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자사고 폐지 정책 반대 집회를 연 일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시민들은 조희연 교육감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작년에 실시한 전국시.도교육감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결과를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제 조 교육감은 그해 3월엔 ‘뒤에서 5등’을 했고, 5월엔 전국에서 ‘꼴찌’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높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무조건 진보진영 후보인 조 교육감이 다시 당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으니 걱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진영에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보수 진영에선 현재 최명복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만 유일하게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이고,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실패한 MB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라는 굴레 때문에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에서는 이날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좋은 교육감 추대 국민운동본부'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와 신현철 전 부성고등학교장, 최명복 사단법인 한반도평화네트워크 이사장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제시했으나, 세 명의 후보 모두 서울시민들에겐 생소한 이름들이라는 게 문제다.

    교추본은 다음 달 10일부터 지방선거 출마 공무원 사직시한인 15일까지 회비를 낸 회원을 상대로 모바일투표를 벌여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누가 단일후보로 나서든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진보나 보수나 표를 줄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보수냐 진보냐 하는 좌우 진영논리에 휩쓸려선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어쩌면 교육감은 중도성향의 인사를 선출하는 게 합당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우리 자녀들을 정치외풍으로부터 지켜내려면, 중앙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소신을 지켜나갈 경륜 있고, 능력 있는 교육감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예비후보 등록일이 한참 지났음에도 아직 그런 후보가 눈에 뜨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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