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당초 내각제 개헌 반대론자였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송년 후원의 밤’에서 ‘제7공화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왜 자신이 반대하던 내각제 개헌을 지지하게 된 것일까?
손 전 대표는 “독일이 1949년 정권수립 이래 8명의 국무총리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부흥에 통일까지 이루고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데는 정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알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은 다당제 의회에서 연립정권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고 합의제 민주주의의 협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내각제를 지지하는 여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아마도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탓일 게다. 실제로 요즘 자격미달인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실망이다. 그런데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자격미달’ 국회의원의 탄생을 막을 수가 없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보다도 제왕적 대통령을, 야당 의원들은 향후 제왕이 될 가능성이 있는 당의 실세 눈치 보느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를 바꾸면 정당들은 빠르게 탈바꿈할 것이고, ‘자격미달’의 국회의원들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즉 제왕적대통령제를 폐지하면 유능한 국회,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국회가 탄생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내각제, 특히 대통령이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독일식 내각제는 검토할만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한 사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고, 폐지됐던 대통령제를 다시 살려낸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 제도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승만은 제왕적대통령으로 두 번이나 헌법을 바꿔 정권을 연장했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에게는 경찰, 깡패 등을 동원해 탄압하는 등 대통령제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에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고, 결국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과 함께 제왕적대통령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정부가 의원 내각제의 장면 정부였다.
그런데 박정희는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과 기성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의원내각제 정부인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87년 체제 역시 박정희 쿠데타의 연장선인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체제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인 5공화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6공화국의 차이는 단지 간선제냐, 아니면 직선제냐 하는 대통령 선출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박정희가 파괴한 민주주의의 꿈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보면 실망이다. 역시 박정희 쿠데타의 연장선인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하느냐, 아니면 4년 연임제로 하느냐 하는 ‘대통령 임기’만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개헌은 반대다.
여야 각 정당들이 실제 권력을 갖고 제왕적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설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내각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손에 들고 촛불시위 현장에 쏟아져 나왔던 국민들의 요구와 일치하는 개헌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민주주의가 발전한 대부분 나라들이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5년 임기를 3년이나 더 연장이 가능한 ‘황제대통령제’로 바꾸려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물론 여야 각 정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독일식 의원 내각제로의 개헌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독일식 내각제의 경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에 따라 지역 간의 편차를 극복할 수 있고, 특히 연립정부의 지속으로 통일정책 등 주요정책의 연속성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손 전 대표는 독일식 내각제를 제안하면서도 대통령 선출방식으로는 국민 직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행정부 수반인 총리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선출하되,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외치와 내치를 구분해 유사시 국정혼란의 위험성이 있는 오스트리아 식의 이원집정부제와 다른 형태다.
아무튼 손학규 전 대표는 4.19 혁명 정신을 이어가는 개헌을 주장하는 반면, ‘촛불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박정희 쿠데타 체제를 유지하는 개헌을 선호하고 있는 현실이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 |
당초 내각제 개헌 반대론자였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송년 후원의 밤’에서 ‘제7공화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왜 자신이 반대하던 내각제 개헌을 지지하게 된 것일까?
손 전 대표는 “독일이 1949년 정권수립 이래 8명의 국무총리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부흥에 통일까지 이루고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데는 정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알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은 다당제 의회에서 연립정권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고 합의제 민주주의의 협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내각제를 지지하는 여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아마도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탓일 게다. 실제로 요즘 자격미달인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실망이다. 그런데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자격미달’ 국회의원의 탄생을 막을 수가 없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보다도 제왕적 대통령을, 야당 의원들은 향후 제왕이 될 가능성이 있는 당의 실세 눈치 보느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를 바꾸면 정당들은 빠르게 탈바꿈할 것이고, ‘자격미달’의 국회의원들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즉 제왕적대통령제를 폐지하면 유능한 국회,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국회가 탄생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내각제, 특히 대통령이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독일식 내각제는 검토할만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한 사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고, 폐지됐던 대통령제를 다시 살려낸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 제도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승만은 제왕적대통령으로 두 번이나 헌법을 바꿔 정권을 연장했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에게는 경찰, 깡패 등을 동원해 탄압하는 등 대통령제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에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고, 결국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과 함께 제왕적대통령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정부가 의원 내각제의 장면 정부였다.
그런데 박정희는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과 기성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쿠데타를 일으켜 의원내각제 정부인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87년 체제 역시 박정희 쿠데타의 연장선인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체제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인 5공화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6공화국의 차이는 단지 간선제냐, 아니면 직선제냐 하는 대통령 선출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박정희가 파괴한 민주주의의 꿈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보면 실망이다. 역시 박정희 쿠데타의 연장선인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하느냐, 아니면 4년 연임제로 하느냐 하는 ‘대통령 임기’만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개헌은 반대다.
여야 각 정당들이 실제 권력을 갖고 제왕적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설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내각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손에 들고 촛불시위 현장에 쏟아져 나왔던 국민들의 요구와 일치하는 개헌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민주주의가 발전한 대부분 나라들이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5년 임기를 3년이나 더 연장이 가능한 ‘황제대통령제’로 바꾸려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물론 여야 각 정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독일식 의원 내각제로의 개헌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독일식 내각제의 경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에 따라 지역 간의 편차를 극복할 수 있고, 특히 연립정부의 지속으로 통일정책 등 주요정책의 연속성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손 전 대표는 독일식 내각제를 제안하면서도 대통령 선출방식으로는 국민 직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행정부 수반인 총리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선출하되,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외치와 내치를 구분해 유사시 국정혼란의 위험성이 있는 오스트리아 식의 이원집정부제와 다른 형태다.
아무튼 손학규 전 대표는 4.19 혁명 정신을 이어가는 개헌을 주장하는 반면, ‘촛불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박정희 쿠데타 체제를 유지하는 개헌을 선호하고 있는 현실이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