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손학규-부산 정의화 카드 통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3-26 14: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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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당 소속 예비후보들이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유승민 공동대표의 동반출격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유 대표가 26일 “출마 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탓이다.

    그동안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유승민 차출설’에 아예 쐐기를 박아버린 것이다.

    실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당무에 복귀한 유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영입에 대해 "그런 분들이 바른미래당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으니까, 영입 노력은 박주선 공동대표나 저나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나 같이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본인에 대한 지방선거 출마 요청에 대해선 "저는 출마하지 않는다. 저는 당 대표로서 제 역할을 다 할 뿐이다. 그래서 제 출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왔던 분들한테 '그 발언을 앞으로 좀 하지 마라' 그렇게 이야기를 어제 분명히 했다"고 못을 박았다.

    한마디로 당이 어렵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경쟁력 있는 거물급 인사들을 지방선거 후보로 내세우기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정작 자신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 대표의 이런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실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더 큰 문제는 유 대표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인해 안철수 위원장마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안 위원장은 그동안 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서울시장에 출마할 뜻이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수차에 걸쳐 표명해 왔다. 그런데도 유 대표는 줄곧 안 위원장의 결심만을 촉구했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실질적인 얼굴인 유 공동대표와 안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기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사실 유 대표나 안 위원장은 모두 차기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인 만큼 정당 지지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모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안 위원장은 당이 출마명분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해 왔다. 즉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출마요청을 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출마를 하려면 스스로 출마선언을 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이런 와중에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이날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고 말았다.

    바른미래당 미투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장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선거가 이제 8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금쪽같은 시간이 허망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안철수, 유승민 대표의 출마여부는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두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안철수, 유승민 대표의 얼굴만 얌전히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출마배경을 설명했다.

    뒤늦게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경선’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유승민 공동대표도 “누구든지 출마 선언을 하면 경선이나 전략공천 문제를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며 ‘경선’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특히 유 대표는 “내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안 위원장에게 빨리 결심하시라고 얘기했는데…”라고 안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정의화, 김종인 영입론이 당내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사실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그동안 꾸준히 서울시장 출마론이 제기된 바 있다.

    대선주자급인 그가 출마를 결심해줄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당 구도로 좁혀지는 현재의 전국 판세가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경우도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출격할 경우 거대 양당의 다툼에서 강력 후보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전 대표의 경우는 직접 후보로 출격하는 것보다는 선대위원장 등 다른 유용한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3인이 바른미래당의 기대처럼 당 전면에 나서줄지는 미지수다.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이 진정성을 가지고 삼고초려의 자세로 그들을 대해야 하는데, 지금 그들의 태도를 보면 마치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유 대표가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를 압박하듯 먼저 그들의 결단을 요구하면, 인재영입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안 위원장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재영입에 나선다고 하니, 그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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