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미워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다.
마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홍 대표와 유 대표를 보면 ‘앙숙(怏宿)’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서로를 향한 발언들이 매우 거칠고 다분히 공격적이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는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이다.
유 대표는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셀프 임명'되자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한국당 문 닫게 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었고, 홍 대표는 유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유 대표가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되었을 때도 두 사람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홍 대표는 새롭게 대표로 선출된 유 대표가 인사차 예방을 요청했으나 거부하고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에 유 대표는 “예의차 예방한다는 것을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 '미워하면 닮는다'는 말은 사실 '닮아서 미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너무나 닮아서, 마치 자신의 속내를 상대에게 들킨 것 같아서 서로를 미워한다는 것이다.
먼저 두 사람 모두 냉전적 사고인 ‘보수사랑’이 각별하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홍 대표는 입만 열면 ‘보수타령’이다. 유 대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역시 ‘보수’다.
유 대표의 각별한 보수사랑은 지난 15일 조선대 특강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 그는 “많은 분들이 제게 '통합을 했는데 보수, 이런 말은 뭐 하러 쓰느냐', '이념을 초월해 실용적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저는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를 완전히 환골탈태시키는 데 제 정치적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누구든 (제가 보수 용어를 사용하는) 이 부분은 제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죽하며 여의도 정가 일각에서 홍 대표와 유 대표를 ‘보수 쌍둥이’라고 부르겠는가.
지금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유 대표의 ‘보수사랑’ 탓일지도 모른다. 실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중도성향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한 수가 바른미래당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등판론을 대하는 두 대표의 모습도 영락없이 닮았다.
잇따른 인재영입 실패에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 한국당은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영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김 전 교수는 러브콜을 거절했다. 앞서 한국당은 홍정욱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했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출마를 고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한국당 중진의원들은 홍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당의 전권을 쥐고 있고 인재영입원장까지 맡고 있는 홍 대표가 서울시장이나 서울지역 국회의원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는 헌신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 같은 요청을 일축했다.
오히려 서울시장 출마론을 제기하는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키면 당이 공백이 되고 그러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 대표 역시 다를 바 없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당의 양대 ‘간판’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유승민 대표를 나란히 출격시켜 수도권에서부터 선거 분위기를 ‘붐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지난 6일 열린 안 전 대표와 수도권 전·현직 지방의원 간담회에서는 ‘사즉생의 각오로 서울시장에 안 전 대표, 경기도지사에 유 공동대표가 출마해 당을 살려달라’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의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들은 유승민 공동대표의 6·13 지방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유 대표는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 나는 당대표로서 내 역할을 다할 뿐”이라며 "내 출마에 대해 얘기해왔던 분들에게 그 발언을 앞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를 지칭해 ‘쌍둥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홍 대표와 유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는 당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당의 출마요구를 외면하고, 그로 인해 지방선거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두 사람모두 ‘책임론’으로 인해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렵게 될 것이다. 어쩌면 두당 모두 ‘범야권통합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멸절차를 밟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유 대표는 홍 대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
'미워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다.
마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홍 대표와 유 대표를 보면 ‘앙숙(怏宿)’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서로를 향한 발언들이 매우 거칠고 다분히 공격적이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는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이다.
유 대표는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셀프 임명'되자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한국당 문 닫게 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었고, 홍 대표는 유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유 대표가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되었을 때도 두 사람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홍 대표는 새롭게 대표로 선출된 유 대표가 인사차 예방을 요청했으나 거부하고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에 유 대표는 “예의차 예방한다는 것을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 '미워하면 닮는다'는 말은 사실 '닮아서 미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너무나 닮아서, 마치 자신의 속내를 상대에게 들킨 것 같아서 서로를 미워한다는 것이다.
먼저 두 사람 모두 냉전적 사고인 ‘보수사랑’이 각별하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홍 대표는 입만 열면 ‘보수타령’이다. 유 대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역시 ‘보수’다.
유 대표의 각별한 보수사랑은 지난 15일 조선대 특강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 그는 “많은 분들이 제게 '통합을 했는데 보수, 이런 말은 뭐 하러 쓰느냐', '이념을 초월해 실용적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저는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를 완전히 환골탈태시키는 데 제 정치적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누구든 (제가 보수 용어를 사용하는) 이 부분은 제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죽하며 여의도 정가 일각에서 홍 대표와 유 대표를 ‘보수 쌍둥이’라고 부르겠는가.
지금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유 대표의 ‘보수사랑’ 탓일지도 모른다. 실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중도성향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한 수가 바른미래당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등판론을 대하는 두 대표의 모습도 영락없이 닮았다.
잇따른 인재영입 실패에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 한국당은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영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김 전 교수는 러브콜을 거절했다. 앞서 한국당은 홍정욱 전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했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출마를 고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한국당 중진의원들은 홍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당의 전권을 쥐고 있고 인재영입원장까지 맡고 있는 홍 대표가 서울시장이나 서울지역 국회의원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는 헌신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 같은 요청을 일축했다.
오히려 서울시장 출마론을 제기하는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키면 당이 공백이 되고 그러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 대표 역시 다를 바 없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당의 양대 ‘간판’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유승민 대표를 나란히 출격시켜 수도권에서부터 선거 분위기를 ‘붐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지난 6일 열린 안 전 대표와 수도권 전·현직 지방의원 간담회에서는 ‘사즉생의 각오로 서울시장에 안 전 대표, 경기도지사에 유 공동대표가 출마해 당을 살려달라’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의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들은 유승민 공동대표의 6·13 지방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유 대표는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 나는 당대표로서 내 역할을 다할 뿐”이라며 "내 출마에 대해 얘기해왔던 분들에게 그 발언을 앞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를 지칭해 ‘쌍둥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홍 대표와 유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는 당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당의 출마요구를 외면하고, 그로 인해 지방선거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두 사람모두 ‘책임론’으로 인해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렵게 될 것이다. 어쩌면 두당 모두 ‘범야권통합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멸절차를 밟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유 대표는 홍 대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