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개헌은 그때그때 달라요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4-01 12: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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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하고 있다.

    즉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개편에 대해선 현재의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대통령의 임기만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바꾸는 개헌안이 민주당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과거 민주당은 야당시절, 이른바 ‘정윤희 게이트’라는 비선실세 개입의혹이 불거지자 "문제의 근원에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 권력구조가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때"라고 주장했었다는 점이다.

    특히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는 2015년 2월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대통령은 직선으로 뽑되 국가원수로서 국군통수권과 의회해산권 등 비상대권을 갖는다.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진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대선 당시에는 민주당 내 분권형 개헌파 의원 34명이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후보를 겨냥, “개헌에 대한 입장을 빨리 밝히라”고 압박하는가하면, 그해 2월에는 자당 연구원이 만든 ‘개헌저지전략보고서’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분권형 개헌에 문재인 후보가 동의하고 그런 방향으로의 개헌을 약속해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민주주의가 발전한 대부분 나라들이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5년 임기를 3년이나 더 연장이 가능한 ‘황제대통령제’로 바꾸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내에서 분권형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제 찾아 볼 수가 없다. 제왕적 권한을 지닌 문재인 대통령의 눈 밖에 날 것이 두려워 ‘쉬쉬’하며 비겁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당론을 ‘4년연임제’로 정하는 등 문 대통령의 ‘황제대통령제’ 개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도취돼 야당시절의 모습을 잃어버린 듯싶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것으로 어디까지나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대통령 취임 1년 여만에 치러지는 6.13 지방선거에선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차기 총선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외려 ‘그때그때 달라요’하는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런 내용의 정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 정부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정의당 소속 심상정 의원이 "대통령이 발의하시는 순간 개헌은 물 건너간다”며 개헌안을 발의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사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개헌을 안 하겠다는 얘기이고, 더구나 4년 연임제는 사실상 호헌선언”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에서 정의감 있는 개헌론자들이 침묵을 깨고 일을 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 전 대표는 아마도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여야 정치인들이게 개방해 개헌논의를 위한 범정치권 모임으로 확대하려는 것 같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의 독단적인 개헌안을 저지하고, 촛불혁명에 담긴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새로운 7공화국 개헌이 이뤄져야 하는 탓이다.

    우리 헌정사에 제왕적대통령제를 도입한 사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 혁명은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고 내각제의 제2공화국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다시 제왕적대통령제가 부활했고, 지금까지도 그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혁명’으로 다시 개헌논의에 불이 붙었다.
    그렇다면 개헌의 방향은 무엇보다도 이승만,박정희의 유산인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켜야 한다. 모든 역대 대통령들을 불행으로 이끈 제왕적대통령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대통령 오욕’의 불행한 역사를 끊어낼 수가 없다.

    모쪼록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내 개헌론자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서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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