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4-23 12:41:17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다소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유승민 등판론’을 다시 한 번 더 꺼내야겠다.

    지금 국민은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댓글조작 의혹사건으로 인해 단단히 화가 난 상태다.

    야당들도 이번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 지도부는 23일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에 대해 공동으로 특별검사법을 발의하고 국회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민주당에 우호적 기조를 보인 평화당마저 이번에는 다른 두 야당과 손을 맞잡는 형국이다. 야 3당의 공조가 성사될 때 민주당은 수세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 116석과 바른미래당 30석, 평화당 14석을 합치면 재적 과반이 넘는 16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드루킹 게이트’는 여당에게는 치명적인 악재요, 야당에게 최고의 호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드루킹 게이트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응원한 박원순 시장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전날 선거대책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원순 시장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황희 정승 같은 사람이라고 감싸더니 댓글조작의 중간총책 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멋있다’고 칭송했다”며 “그런 도덕관과 판단력은 서울시장으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것이고, 서울시민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또 박 시장이 자신의 SNS 계정에 ‘김경수 의원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삭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김경수 멋있다’는 트윗을 어제 갑자기 삭제한 이유는 뭔가. 생각이 바뀐 것인가”라고 따졌다. 박 시장으로서는 당연히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전히 박 시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한국당 후보가 그 뒤를 이어 오차범위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2~3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자신만만했던 안 후보 입장에선 매우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정당 지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제아무리 안철수 후보가 ‘인물론’을 앞세워 선전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유승민 동반등판론’이었다.

    즉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면, 유승민 공동대표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정당지지율을 견인하는 ‘쌍끌이’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달 28일, 바른미래당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안철수·유승민 공동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당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유승민 대표는 이 같은 당내 요구를 일축하고 말았다. 당내의 잇따른 ‘선당후사’ 요청을 그렇게 뿌리치는 건 정치지도자로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등판론을 제기하는 당내 목소리를 “100% 가까이 국민의당 출신들의 주장”이라며 “상당히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그 결과가 지금 안 후보의 낮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양당패권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고 다당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출범한 ‘제3 지대 정당’이 지방선거이후에 소멸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위태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 대표가 자신의 출마문제를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의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할 경우, 안 후보의 단점인 ‘경륜 부족’을 대체하고 안정감을 주는 후보로 탈바꿈 할 수 있겠지만, 손 의장의 수락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사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더라도 단숨에 1위로 발돋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안철수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로 바른미래당에 조금 생기가 돌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정당 지지율도 미미하지만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승민 대표가 출마선언으로 힘을 보탤 경우, 정당지지율 상승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바른미래당의 존폐가 유승민 대표의 등판 여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유승민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