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드루킹 특검’ 전제조건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5-08 14: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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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20개나 되는 조건으로 특검을 막아서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특검을 가지 않고 대충 기소해주겠다'는 밀약을 했다는 드루킹 측 지인의 제보가 있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원들의 댓글조작 사건이)정권의 핵심과 밀접히 연관된 사건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고, 지금 민주당에서는 특검을 사실상 안 받을 것이면서도 받는 척하는 식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하게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의원이 드루킹 측 지인으로부터 받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집권당이 의도적으로 댓글조작 사건의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루킹 특검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아무래도 그 제보가 사실인 것 같아 걱정이다.

    실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특검수용의 전제 조건으로 ▲24일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일괄 처리 ▲특검법 명칭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 사용 ▲야당의 특임검사추천과 여당의 거부권 행사 등 무려 20여 가지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특검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설사 특검을 하더라도 드루킹 게이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수 의원을 특검법에서 이름을 빼내 본질을 흐리멍덩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더구나 야당이 추천한 특임검사를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면 거부할 수 있도록 해 민주당이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만 특검을 구성하자는 건 상식이하의 요구로, 이런 황당한 전제조건을 야당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민주당이 ‘무늬만 특검'을 내놓았다”며 “특검의 임명도, 시기도, 내용도, 대통령과 민주당 입맛대로 결정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말은 조건부 수용인데 들여다보면 이중, 삼중 조건과 전제조건들을 달아놔서 도저히 야당이 받을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특검과 다른 법안 10여 건을 연계 처리하자는 민주당 제안에 대해 "아주 교활한 제안"이라며 "높은 지지율을 믿고 저러는데 지지율은 해 뜨기 전 아침 이슬 같은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태도를 보니 댓글 조작에)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가 관여하고,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우원식 원내대표는 막무가내다. 야당의 특검요구는 ‘대선불복용 특검’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왜 야당의 특검요구를 ‘대선불복용’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아닐까 싶다.

    경찰조사에서 드러난 건만 무려 200만번의 댓글조작이 이뤄졌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건 또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 여론조작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은 불 보듯 빤하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원칙인 여론정치를 거스르는 일로 반민주적 폭거나 다를 바 없다. 특히 그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국민들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핵심세력들은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에 야당의 특검요구를 ‘대선불복용’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저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촛불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로 민주당은 훗날 역사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8일 “촛불시민혁명을 계승했다는 정부가 어떻게 여론조작에 거짓말과 침묵으로 일관하느냐”며 울먹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설령 이번에 특검을 무산시키더라도 특검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술수와 거짓말로도 특검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드루킹에 연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 복심이라는 김경수 의원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만큼, 오해를 벗기 위해서라도 특검은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여론을 조작하는 반민주적 행위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현 집권세력의 눈치를 살피는 경찰과 검찰이 아니라. 특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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