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6.13 이후 정계개편 언급한 이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5-23 14: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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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정치권은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개헌파와 현행 대통령 중심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욱 강화하려는 호헌파로 나뉘어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음에도 개헌파가 아닌 호헌파로 분류되는 것은 그 개정안이 제왕적대통령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개헌의 의미는 문 대통령의 개정안처럼 단순히 헌법 문구를 몇 줄 고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는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도 87년 헌법 체제를 대신할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그때마다 제왕적 권력자인 대통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실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권의 분권형 개헌요구를 ‘블랙홀’이라며 반대했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분권형 개헌 요구를 일축하고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물론 그런 개정안이 국회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0%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안 처리가 국회의 헌법상 의무”라며 표결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4당은 23일 대통령의 개헌안 자진 철회를 요구하며 ‘표결 강행시 본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개헌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192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야당이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118석)만으로는 부결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이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건 아마도 야당을 개헌반대 세력으로 낙인찍으려는 꼼수인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이 그렇게 우둔하지는 않다. 국민이 바라는 개헌, 그러니까 촛불민심에 담긴 개헌은 국정농단을 방지하기 위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이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은 ‘개헌’이 아니라 ‘호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도를 뜯어 고치는 것이야말로 촛불혁명의 명령을 완수하는 일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정치권에선 ‘문고리 3인방’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 청와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최순실의 측근인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오욕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건 대한민국에 있어서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대통령 오욕의 역사’라는 불행한 연결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그러자면 만악(萬惡)의 근원인 제왕적대통령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체제에서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통령 눈 밖에 날 경우, 당장 2020년 총선에서 공천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헌은 이제 야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야당이 너무나도 지리멸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무능한 제1야당’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통합과정에서 갈라진 탓에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설사 야당이 개헌을 추진한다고 해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걱정이다. 다만 한 가닥 희망이라면, 6.13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 3일 선대위원장직 수락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방선거 후에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밟혔다. 거두절미하고 ‘6ㆍ13 지방선거 후 정계 개편’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정계개편은 어떤 것일까?

    그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개헌파다. 지난 대선 당시 그의 정계복귀 일성 역시 ‘7공화국 건설’이었다. 따라서 그가 모색하는 정계개편이라면 단순히 붕괴된 야당들을 폐허 위에 다시 세우거나 범야권을 통합하자는 형식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를 종식시키고, 다당제의 협치 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그의 뜻에 동의하는 모든 개헌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개헌총연대’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거기엔 야당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지금은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숨죽이고 있지만 더 이상 현행 체제가 유지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지닌 여당 의원들 상당수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제왕적대통령제 종식이야말로 민주당이 야당시절부터 줄곧 제기해 왔던 개헌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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