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후보도 있고, 4번, 5번, 6번도 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5-28 12:42:02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남경필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욱 싫다. 차라리 남경필을 찍겠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차악투표’ 논란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상대 경쟁정당 후보를 찍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 성향 당원들이 지난달 말부터 광화문과 여의도 당사 등지에서 '혜경궁김씨 수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이 촛불집회엔 매번 200여명 이상이 참석하고 있으며, 6.13 지방선거의 같은 당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비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후보 관련 의혹을 모은 자료집과 ‘이재명 지지 거부’ 집단서명이 지도부에 전달되기도 했다.

    '이재명 거부 서명'에는 1만3797명이 참여했다. 이중 권리당원은 48.7%(6,724명)이었고, 민주당 지지자가 37.7%(5,202명)이었다. 일반당원은 9.2%였다.

    해당 책자 서문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거부하는 이유로 이 후보와 그의 형 고(故) 이재선 씨와의 갈등, 혜경궁 김씨 트윗 논란, 이 후보의 일간베스트 사이트 가입 논란 등이 언급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일간신문에 2차례 게재된 이른바 '혜경궁김씨' 관련 광고가 지난 9일, 11일에 이어 24일에 또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혜경궁김씨'는 수년간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아이디 '@08__hkkim'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당 계정의 소유주가 이재명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부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한방은 ‘형수 욕설 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이재명 후보가 형 이재선씨와 형수에게 욕설을 한 통화 녹음 파일을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게재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급기야 남경필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 후보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당원들 일부에선 "이재명 찍느니 남경필(한국당 후보)이 되는 게 낫다"라거나 "최악(最惡)보단 차악(次惡)에게 표를 주겠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 후보 측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 후보 측이 남 후보의 아들의 군복무 중 추행·폭행과 마약 밀반입·투약 등을 거론하면서도 “그런 일을 선거에 끌어 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남 후보 역시 그런 일들로 검증대에 올라야 하는 딱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경기도민들 사이에서 “찍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마도 1번 후보 아니면, 2번 후보를 찍어야만했던 과거 양당체제의 선거풍토에 익숙한 탓일 게다. 하지만 지금은 다당제로 입맛에 따라 다양한 후보를 고를 수 있다. 기호 3번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도 있고, 기호 5번 정의당 이홍우 후보와 기호 6번 민중당 홍성규 후보도 있다. 차악투표가 아니라 얼마든지 차선투표가 가능한 상황이다.

    경기도만 이런 것이 아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이 자신의 SNS에 인천시가 6.8 공구 개발 사업자 SLC에 땅을 헐값으로 매각하는 등 총 1조원의 특혜를 줬다고 폭로했고 검찰은 안상수, 송영길, 유정복 등 전현직 인천시장 3명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 소속 전 인천시장은 물론 한국당 소속 전현직 인천시장까지 모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1번과 2번만 선택해 왔던 인천시민들 사이에서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호3번 바른미래당 문병호 후보도 있고, 기호 5번 정의당 김응호 후보도 있다.

    유권자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무응답층이 20%대를 상회하는 걸보면, 1번과 2번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상당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다당제를 지켜내야만 패권양당이 ‘적대적 공생’을 이루던 과거의 양당체제로 복귀하는 걸 막아낼 수 있다. 사표를 우려하지 말고, 당당하게 3번과 4번, 5번, 6번 후보에게 소신투표를 할 때에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로인해 ‘유권자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