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당의 재건방향을 ‘김종인 모델’에서 찾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한 혁신비대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대체 ‘김종인 모델’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김 권한대행이 이토록 간절히 염원하는 것일까?
그게 마법과도 같은 기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4ㆍ13총선에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새누리당은 내심 180석까지 기대하며 압승을 장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 121석으로 제1당이 됐고, 새누리당은 120석에 그쳐 제1당의 지위를 내줘야만 했다.
민주당의 그런 기적 같은 승리 뒤에는 19대 총선을 3개월 앞둔 2016년 1월 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백전노장의 김종인 전 대표가 있었다.
그의 깊은 경륜이 모든 걸 바꿔놓았고, 결국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상수 한국당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이 혁신비대위원장 자격으로 ‘경륜’을 꼽으면서 당내 일각에서 돌고 있는 '젊은 비대위원장'론을 일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안상수 위원장은 ‘젊은 비대위원장’주장에 대해 “잘못하면 손도 못 대고 그냥 허수아비처럼 있다가 간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경륜 있는 리더십, 카리스마 있는 분이 오셔서 우리 당을 결속, 화합하면서 또 개혁이 되는 분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6.13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에서도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경륜 있는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청래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친문계 인사들의 당대표 출마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정리하고 안정적으로 당을 관리할 수 있는 7선의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가 되느냐 아니냐를 보시면 된다”며 “이해찬이냐 아니냐로 축약 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보다 더 참패한 바른미래당, 그래서 더욱 경륜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바른미래당에선 되레 ‘세대교체론’이라는 낡은 구호가 나오고 있으니 문제다. 마치 바른미래당의 선거패배를 자신들이 당권을 잡을 기회로 여기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6.13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만 40세의 젊은 정치인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해 젊고 강한 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장진영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생물학적 나이가 60년대 후반 이후 출생인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성권 전 부산시당 위원장은 “3선 이상의 의원들은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세대교체론’을 들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세대교체론은 ‘유승민 키즈’라고 불리는 ‘이준석 당 대표 만들기 구호’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대교체론’은 낡은 구호로 100세시대인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이 하나로 결속해야 될 시점에 인위적 세대교체론은 필연적으로 세대갈등을 조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광남일보 맹인섭 기자는 칼럼을 통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이 어린 군인들을 정부 요직에 앉히기 위해 내세운 명분이 바로 ‘세대교체’라는 말이었다. 그 뒤 12.12가 일어나고 80년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폭압하고 맨 처음 내세운 말이 무엇이었나. 바로 ‘삼김청산’과 ‘세대교체’였다”며 “지금 일부 야당가에서 회자되는 ‘세대교체’라는 그 말이, 과거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강제와 폭력으로 거슬렀던 독재자나 반란자들의 그 ‘세대교체’라는 말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맹 기자는 “‘세대교체’가 아니고 ‘세대조화’가 맞다”고 강조했다.
사실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세대교체론’은 그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바른미래당 당원 및 지지자 전국모임’은 최근 국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사심 있는 세대교체론’이라고 맹비난 한 바 있다.
인위적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젊은 정치인들은 바른미래당이 처한 지금의 위기를 자신들이 당권을 잡을 쿠데타의 기회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철부지 같은 생각이 오히려 당을 더욱 망칠 뿐이다.
지금 한국당이 ‘김종인 모델’을 필요로 하듯이 바른미래당 역시 ‘김종인 모델’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걸 젊은 정치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걸 모르면 당신들은 그냥 철부지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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