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습한 대한민국의 정치현장...‘아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7-2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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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조폭 연루설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직후 영화 ‘아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21일 밤 방송 이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는 ‘이재명’, ‘은수미’에 이어 ‘아수라’가 등장했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 영화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이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등 정치인, 조직폭력배, 경찰, 검찰이 얽히고설키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아수라가 실화인 줄 몰랐다. 재개봉 가자”, “영화보다 더 소름 돋는 현실”, “아수라 재조명”, “리얼 다큐인지 몰라 봬서 죄송하다”, “충격 실화!”, “이쯤 되면 감독이 뭔가 알고 만든 듯”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폭과 연루된 이재명 도지사와 은수미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실제 이재명 도지사와 은수미 시장에 대해 “구속수사 해야 한다”, “해임 후 보궐선거를 희망 한다”, “특검으로 철저한 조사를 부탁 한다”, “빙산의 일각이다”, “제 손으로 이재명 도지사를 뽑은 게 후회 된다”, “조폭연루 정치인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등의 비판적 내용의 청원 글들이 무려 60여건에 달했다.

    물론 이 지사는 방송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20년동안 수천건의 수임사건 중 하나일 뿐인데 소액인 점을 무시하고 오로지 '인권변호사가 조폭사건을 수임했다'는 점만 부각했다"고 밝히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이런 음습한 정치현장은 또 있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위원장으로 내정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바른미래당 내에서 이른바 ‘반공보수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나 한국당 쇄신구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당협위원장 교체’를 미끼로 던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그 비밀회동은 이언주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바른정당 출신의 김상민 전 의원과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박주선 전 공동대표가 영입한 장성민 전 의원 등 당내 ‘반공보수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김병준 위원장은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먼저 정립한 뒤, 그 깃발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다시 모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이 비공개 자리에서 '정계개편 구상'에 대해서 설명하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상이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아니라 바른미래당 인사들이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당시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자기 당이 아닌 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였던 김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토론을 펼쳤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실상 자신이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되면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의 인사들과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과 인적쇄신 방안으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이 있다"고 강조한 점은 ‘정치흥정’을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김 위원장은 바른미래당 내 보수성향의 인사들에게 보수대통합을 약속하고, 바른미래당 인사들은 그로부터 ‘당협위원장’ 자리에 대해 언질을 받아낸 것 아닌가.

    이런 식의 정치행태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음습한 정치로 ‘아수라’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제3지대에서 설 곳이 마땅치 않은 당내 반공보수파들은 어떻게든 제1야당인 한국당으로 들어가고 싶겠지만, 다당제에 동의하고, 그래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 당원들은 밀실회동에서 이뤄지는 그런 식의 음모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음습한 조폭연루설이나 정치흥정설 등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보니, 왜 ‘아수라판’이라고 부르는 지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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