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절반의 성공...바른미래당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7-3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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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지 이제 열흘밖에 안 되었다. 따라서 아직은 그의 행보를 평가하긴 이르지만 일단 ‘반공보수 탈피’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소득주도성장 론과 탈원전, 부동산 정책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를 공략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점만큼은 높이 평가할만하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반공에 기초한 보수이념을 탈피해 정책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은 바람직하다”며 “보수가 그동안 국민들에게 시대착오적인 인상을 심어줬는데 시대적 흐름에 맞추면서 현 집권층의 실정을 공략하는 게 순서상 맞다”고 호평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다운 야당의 역할론에 충실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중도 지지층이 이탈할 경우 그 표를 받을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 역할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당의 ‘김병준 호’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면 바른미래당은 어떤가.

    6.13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이후, 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9.2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언론의 관심은 온통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판 여부에만 집중되는 모양새다. 다른 주자들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전 위원장의 중량감에 비하면 다른 주자들은 사실상 ‘도토리 주자’들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사실 차기 당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당 재건, 야권발(發) 정계개편 가능성 대비, 2020년 총선 지휘 등이 핵심 과제인 만큼 이번 전대에서는 '안정감 있는 리더십'에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투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이런 요구를 외면했고, 결국 당 대표가 누가 될지 불 보듯 빤한, 그래서 결코 흥행에서 성공할 수 없는 재미없는 전당대회를 치르게 됐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은 재기불능의 정당이 되고 마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당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고 당 대표로 하여금 그 힘을 바탕으로 당을 개혁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 된다.

    당 대표는 시대에 뒤떨어진 ‘반공보수’, 그로 인해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보수’라는 꼬리표를 과감하게 떼어내고 ‘민생실용주의’ 노선을 힘 있게 끌고 나아가야 한다.

    특히 ‘협치’의 중요성에 대해선 여야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협치’를 시스템화 하는 방안, 즉 다당제 안착을 위한 개헌과 선거제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 현 정권의 오만과 무능 때문에 등을 돌린 민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과 ‘보수타령’에 염증을 느낀 한국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시대착오적인 ‘반공보수’를 부르짖는 인사들이나 한국당에 흡수통합 되기만 기다리는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들어가게 되면, 당의 앞날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적어도 ‘반공보수’를 탈피하는 일에 있어서는 한국당 보다 더 빠르고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한발 물러선 지금, 당내의 유일한 ‘평화주의자’인 손학규 전 선대위원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른정당 출신 당권 주자들도 한국당에 복당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는 그동안의 보수 색채를 벗어던지고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1인 2표제인 만큼, 그런 태도변화가 당원의 4분의 3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당 출신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이고, 그러면 지도부에 입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바른정당 출신으로는 표의 분산을 막기위해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 단 두 명만 출마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만일 그들이 바른정당 출신표의 분산을 막기 위해 유승민식 ‘반공보수’에 편승한다면 전대는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일 것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일은 더욱 요원해 질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바른미래당이 살길은 이번 전대를 통해 당이 하나로 결집되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것뿐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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