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적폐청산’ 타령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9-02 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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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문재인정부는 적어도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고용, 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곤두박질치면서 침몰위기에 처했다.

    실제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OECD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8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고용 및 경제 활력과 직결되는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0.6% 감소하면서 5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처럼 오랜기간 지속된 것은 IMF 외환위기 전후인 1997년 9월~1998년 6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홀로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우선 당장 지난해 7월 6830만달러였던 일평균 반도체제조용기계 수입은 1년만인 올해 7월 3510만달러로 반토막나고 말았다.

    건설투자도 ‘꽁꽁’ 얼어붙었다. 건축, 토목공사 실적은 각각 전년대비 6.1%, 9.9%씩 감소했다.
    고용 상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매달 20만~30만명 가량 증가하던 취업자 수는 올해 2월부터 10만명대로 하락하더니 급기야 7월엔 5000명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고용 시장이 마비됐던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만에 최악의 수준이자 취업자수 증가폭이 6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은 IMF 위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200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빈부격차는 더욱 커졌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도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와 하위 20~40%, 40~60% 가구의 소득은 각각 7.6%, 2.1%, 0.1%씩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40%(4~5분위)의 소득은 1년새 4~10% 대폭 증가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소득 양극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벌어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소득주도성장 등 전반적인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기조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적폐청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 전원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가운데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사회가 되고 말았다”며 “국가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적폐청산을 “국민주권을 되살리고 국가권력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물론 적폐청산은 필요한 것이고, 거기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또 다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적폐청산’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우선순위로서 맞는지 의문이다.

    혹시 국민경제 파탄으로 정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적폐청산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라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민경제는 파탄 날 지경이다.

    당장 ‘고용쇼크’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해야할 판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국민은 ‘적폐청산’이라는 정치놀음에 한가하게 박수를 칠 여유가 없다.

    적폐청산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에게 시급한 문제는 ‘일자리’이고 ‘민생’이다. 정부정책의 최우선순위가 ‘경제’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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