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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손학규 사람’이라는 분들은 제가 당 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무엇이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마라. 무엇을 하려면 먼저 자격부터 갖춰라. 나는 이제 여러분들의 손학규가 아니라 바른미래당의 손학규다. 여러분들은 손학규의 성공을 바라는 분들 아닌가. 손학규가 성공하려면 두루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그걸 위해 여러분들은 기꺼이 공간을 내어 주셔야 한다.”
9.2 전대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일 저녁 캠프 해단식에 참석,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물론 그 자리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수’로 그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 대표는 인사를 단행하기에 앞서 상당한 ‘경청’의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어쩌면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소리를 인사에 반영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일들은 손학규 대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손 대표는 당ㆍ정 모두에서 요직을 거쳤다. 지난 2008년 1월 11일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대표로 추대됐고, 민주당에서도 2010년부터 대표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런데 그는 단 한번도 ‘잘 나가는 당 대표’를 해 본 일이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로 추대되던 당시의 민주당은 대선에 패배한 후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당 쇄신위원회는 “이대로 간다면 4월 총선에서 신당은 ‘지역당’으로 위축되고, 계층적으로 고립될 개연성이 크며, 전국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한 채 한 동안 패배주의와 분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할 정도였다.
당시 자체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수도권 109개 선거구 가운데 신당이 당선 가능한 지역은 경기도 부천 오정구의 원혜영 의원 등 5곳에 불과하고 104곳에서는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각 언론은 전체 의석 40석도 안될 것이란 전망기사를 쏟아냈고, 그로인해 차라리 당을 탈당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원들까지 나타났었다.
그런 당의 대표가 된다는 건 일종의 ‘독배’를 마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손학규 대표 취임 기사 중에 ‘손학규, 독배를 들다’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결국 그가 마신 독배로 인해 대통합민주신당은 총선에서 예상 의석보다 두배나 많은 81석을 얻었고, 대선패배 후유증을 딛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2010년 민주당 대표 취임 역시 그에게는 사실상의 ‘독배’였다. 당시 민주당은 각종 선거에서 단 한번 도 승리하지 못한데다가 심각한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번 바른미래당의 대표 역시 그에게는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의석수 30석의 미니정당에 지지율도 고작 5% 안팎을 오르내리는 극히 존재감이 미미한 정당의 대표다.
실제 바른미래당은 ‘안철수와 유승민’ 두 정치 거물의 결합으로 지지율 상승을 노렸으나 실패했고, 이후 정당지지율은 고작 5석의 초미니 정당인 정의당에도 뒤처지고 말았다. 지방선거에서는 주요 선출직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게다가 계파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대로 놔두면 2020년 총선 이전에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되거나 총선 후 소멸 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런 정당의 대표가 된 다는 건 그에게는 ‘독배’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2008년의 대통합민주신당과 2010년의 민주당 등 망가진 당의 구원투수로 나서서 모두 성공적인 대표직을 수행했듯이 이번에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직 인선 등에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경청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강원도와 수도권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그들의 의견을 인선과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과거 몸으로 직접 국민과 부딪히는 ‘민심대장정’을 했던 저력으로 이번에는 당원들과 직접 대면하여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하고, 그들의 소리를 당무와 정책 전반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바른미래당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손학규니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그래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한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촛불혁명’이 완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의 성공이 곧 바른미래당의 성공이고, 그래야만 제왕적대통령제의 종식으로 이어지는 분권형 개헌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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