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겨울과 북한의 봄

    기업 / 최성일 기자 / 2018-09-30 16: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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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덕통상 개성공장 방문한 허영도 부산상공회의소장
    [최성일 기자]지난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됐던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전파를 탔다. 65년 만에 혈육과 만난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이산가족들은 어쩌면 다시는 살아서 만나지 못할지 모르는 각 자의 길을 떠났다.

    지금으로부터 65년 전 한국전쟁 발발 3년여 만인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2018년 초 정권교체와 맞물려 남·북간 훈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두 번의 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종전 논의라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예고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8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하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번째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이로써 남·북·미 관계는 따스한 봄날에서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로 인해 얼어붙었다. 다만 꽃샘추위 일지 지난 정권의 10년에 걸친 겨울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입동(立冬)의 시작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남방에 위치한 부산의 신발업계도 냉랭해졌다. 그 이유인 즉, 삼덕통상(회장 문창섭)을 비롯한 많은 부산의 신발업체들이 개성공단 재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전면 중단이 됐다. 당시 피해사례는 지난 7월 본지에서 다뤘던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요약하면 11년 동안의 투자금액과 생산기계의 감가상각비 피해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보상받은 정부 보상금 반환 문제를 들 수 있다. 위의 요소들은 봄의 햇살에 기지개 켜던 부산기업들을 다시 한파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와 같이, 부산 신발산업과 개성공단의 상관관계는 입주기업의 특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모기업에 비해 개성공단에서의 생산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개성공단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요한 생산기지 역할을 함을 의미한다. 또한 개성공단 폐쇄는 생산차질로 인해 입주기업들의 모기업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입주기업들은 주력 생산 활동 형태 중 대다수가 완제품과 임가공 중심의 생산을 하고 있고, 북한 종업원 고용자 수는 최소 약 80명에서 최대 3,500명이며, 남한의 종업원은 대부분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고,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인건비는 매월 130~170 달러 수준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집약적 사업 형태임을 방증한다.

    이렇듯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 활용에서 나온다. 더불어 개성공단 사업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여와 북한 경제의 시장화를 유도함으로 남북의 경제력 차이를 축소시키고 미래의 남북통일의 밑거름 역할을 띤다.

    또한 북한 근로자들의 근무자세와 품질, 생산성 변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으며, 제품의 품질 변화 및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도 입주 초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국내외 공단과 비교하더라도 개성공단은 다른 어떤 공단보다 높은 경쟁력을 자랑했다. 특히 기업들은 동일한 언어 사용과 작업 지시와 의사전달에 매우 유용하고 서울에서 가까운 위치해 있는 지리적 이점을 꼽았다.

    개성공단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의 동남아 공단과 비교해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노사분쟁이 없고 이직률이 낮아 숙련공 양성이 용이하며, 토지 이용료와 세제 그리고 인건비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베트남에 비해도 약 30% 낮은 임금과 두 배 가까이 높은 노동생산성 등의 측면에서도 양호한 투자 환경을 갖추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분명 단점과 한계점은 존재한다. 첫 번째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2013년 북한에 의해 개성공단이 일방적으로 차단돼 입주기업들이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 당시 실효성 없는 보상은 많은 기업들을 주저앉게 만들었고, 불합리한 보상으로 실제 피해액 대비 약 60%대의 보상(정부 확인 금액 대비 약 70% 보상)밖에 받지 못했다.

    이른바 3통으로 불리는 통신, 통행, 통관의 문제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과 23번 한정된 통행과 인터넷 사용불가로 인해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 도입의 한계점 북한의 설비를 이용한 선별 통관으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산은 신발의 생산기지로 호황을 누렸지만 저가 경쟁서 밀리면서 퇴보하기 시작했다. 부산 신발산업의 태초는 1923년 일영 고무 공업사를 시작으로 1934년 ㈜삼화 호모(이후 ㈜삼화고무공업), 1936년 보생 고무공 업소, 1947년 ㈜태화고무 공업사(이후 ㈜태화), 1953년 동양고무공업(이후 ㈜화승), 대양고무 공업사, 1963년 ㈜진양화학공업(이후 ㈜진양) 등 신발업계 ‘빅 6’를 태동시키면서 한국경제를 이끌었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에서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며 노동집약적 산업인 신발산업에 필수인 노동력을 쉽게 확보해 부산을 국내 신발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후 부산 신발은 1970년대 ‘공순이, 공돌이’로 대표되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통해 대량생산으로 전 세계 신발 생산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0년 당시 부산지역 신발업체는 약 1100개에 달할 정도로 호황기를 달렸다. 하지만 끝없이 성장할 것 같던 부산의 신발산업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저가 노동력 경쟁에 패배하면서 2014년 3577억 원 이후 매년 하락하는 추세이다.

    많은 부산의 신발업체 중 대표적으로 (주)삼덕통상은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도 선정된 바 있는 신발산업에서 잔뼈 굵은 기업이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큰 피해를 보았던 부산 신발업체 삼덕통상이 베트남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베트남 현지 공장의 안정화, 원활한 베트남 인력 채용,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한 글로벌 거래처 확보 위기 극복을 해내면서 기사회생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장을 맡을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금형은 물론 완제품, 반제품, 원재료 등을 거의 가지고 나오지 못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보았다. 삼덕통상은 개성공단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선택했고 2017년 1월 연간 15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는 제1공장을 만들고 700명을 채용했다. 3월에는 연간 50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만들어 1700명을 채용해 운영 중이며, 향후 제2공장의 근로자를 1만 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문 회장은 “제2공장까지 정상 가동돼 개성공단에서 처리하던 물량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라며 “1만 명까지 근로자가 늘어나면 이전보다 생산능력이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더 나아가 지난 6월 문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여 러시아 판로 확보와 유라시아 횡단 열차를 통한 전 세계를 잇는 청사진을 그려왔고, 개성공단 피해 극복 의지를 나타냈다.

    남·북·러 경제협력이 성사되면 철도 운송이 가능해져 유라시아 대륙까지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20일 정도 시간이 단축돼 완제품을 직접 수출이 가능해진다. 문 회장은 현재 한국신발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북한과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통해 부산 신발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개성공단 재가동이 필요하고 조속히 풀어야 할 과제이다. 개성공단은 철도 무역의 전략적 거점을 하게 될 것이다. 부산·경남 신발 산업을 위해서도 러시아 진출은 유리하다. 현재 신발업체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했다. 이 때문에 많은 원부자재를 동남아시아 현지나 중국에서 조달해 관련 산업이 많이 무너진 상황이다.

    몇몇 업체들은 품질 때문에 국내 제품을 쓰기도 하지만 막대한 운송비와 긴 운송시간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부산, 경남에서 원부자재를 싣고 개성공단에서 신발 완제품을 만들어 러시아 철도를 통해 유럽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해진다.

    개성공단은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있던 북한과 부산 신발산업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다 줄 수 있다. 이 바람은 비단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에 그리고 북한으로 종전에는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혹자는 허황된 소리라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서독과 동독의 통합도 베를린의 장벽에서 시작했듯 우리에게도 개성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우리에게 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과 文 정부의 확고한 개성공단 재개 의지피력과 정치적 카드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재방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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