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극우통합’으로 가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10-17 15: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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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태극기부대’를 옹호하는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17일 JTBC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든 뭉쳐야 한다”면서 “탄핵에 반대하며 탈당했던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도 전날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며 "보수 세력에서 제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 역시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태극기 부대를 어떤 사람들은 극우적 그룹이라고 말을 한다”며 “이렇게 하면 사람의 주장과 이념 성향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보수통합’이라는 미명아래 ‘태극기부대’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사실 당초 한국당이 전원책 변호사에게 전권을 주며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할 때만 해도 인적쇄신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었다. 조강특위를 통해 국정농단에 책임 있는 사람 등 ‘청산대상’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당협위원장을 대폭 교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인적쇄신’ 대신 손쉬운 ‘보수통합’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

    실제로 한국당 내에서 요즘 부쩍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이진곤 특위위원은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하려면 당을 확대하고 키우고 강화하는 게 당면과제인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큰 틀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손학규 대표와 빨리 만나서 우리끼리는 '분열 대신 연대'라는 원칙 아래 공동 대여(對與) 전선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바른미래당과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갖고 싸울 생각이 전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서둘러 손 대표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반응은 아주 싸늘하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추진 중인 ‘보수통합’움직임에 대해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대상이라며 수구세력 몸집 불리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왕 태극기 부대랑 (통합을) 선언한 김에 태극기부대의 이란성 쌍둥이인 일베(일간베스트)하고도 대통합하겠다고 선언하라"며 "완벽한 극우 대통합이 성사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의 보수통합론은 그들의 로망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런데도 한국당 내 주요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보수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내년 초에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포석일지도 모른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태극기 부대'의 입당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전당대회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은 최근 8000명가량 늘었고 상당수가 '태극기 부대'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당 책임당원은 32만명 정도이기 때문에 이 숫자가 전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대가 본격화 되면 태극기부대의 입당이 줄을 이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그들은 투표율이 높은 적극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전대에 미칠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들의 지지를 등에 업는다면 현재 당내에 세력이 없더라도 충분히 당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노림수로 ‘보수통합’을 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즉 그냥 태극기부대를 받아들이겠다면, 정치권 안팎에서 당장 ‘수구통합’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마치 바른미래당도 통합대열에 합류하는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는 마당이다. ‘수구통합’을 추진하는 한국당, 인적쇄신을 하지 못하는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당은 인적쇄신에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수구통합’이라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다음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당이 현재 추진하는 통합은 ‘보수통합’이 아니라 ‘수구통합’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당이 인적쇄신을 이룰 것이란 기대는 이제 접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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