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3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자유한국당의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 분석’이라는 연구용역결과 보고서가 공개됐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후 선거 참패의 원인 분석과 활로 모색을 위해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보고서는 한국당이 현재 처한 위기에 대해 “보수·적대적 대북관을 고수하면서 중도 층의 이탈이 가속화 된 탓”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및 복지 쟁점문제로 한국당에 대한 지지철회를 초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 한국당은 어떻게 해야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보고서는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유능하고 적극적인 평화와 통일의 비전 제시’와 ‘건설적이고 차별화될 수 있는 보수노선의 경제정책’을 처방전으로 내놓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연구소의 이런 진단과 처방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필자는 6.13 지방선거 직후, <안철수 주요패인은 ‘유승민’>이라는 제목의 본란 칼럼을 통해 바른미래당의 패인으로 유승민 의원의 ‘적대적 대북관’과 ‘진보적 경제관’을 지목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안보도 보수, 경제도 보수’를 주장했다가 패했다면, 바른미래당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주장했다가 대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바로잡아가고 있는 건 용역을 맡긴 한국당이 아니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실제 손 대표는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안보 문제에 대해 “남북의 화해와 평화체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더 이상 반공 보수는 우리의 가치가 아니다”라며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제문제에 있어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낡은 진보의 표상이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찾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가치”라며 ‘보수적인 경제관’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한국당에 내린 처방을 바른미래당은 이미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한국당은 어떤가.
정작 한국당 지도부는 냉전적 사고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학규 대표가 “자유한국당은 소위 반공, 냉전적인 보수 세력이 중심을 이루고 전통적인 보수세력과 태극기 부대에 의존하고 있는 불안한 정당”이라며 “의석이 100석이 넘지만 지금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 한다”고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이 “한국당의 당면과제는 남북관계에 있어 지난날 (한국당의)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정계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은 거대한 한국당이 아니라 비록 30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지만 바른미래당이 쥐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대연구소가 유권자의 최근 정치성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인 칸타퍼플릭에 의뢰해, 올해 9월 7~18일까지 전국 성인 1500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58.6%가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찍은 응답자는 24.6로 집계됐다.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한국당을 이탈한 것이다. 물론 이탈자들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었다.
보고서는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일관되게 한국당 후보를 지지한 집단은 ‘지지자’, 두번 다 한국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집단은 ‘반대자’로 정의했다. 지지자는 24.6%, 반대자는 41.6%였고 이탈자는 34.6%로 조사됐다. 이탈자는 ‘중도’ 성향으로 봤다.
실제로 이탈자는 스스로의 이념성향(매우 진보 0, 매우 보수 10)을 5.02로 응답했다. 민주당은 3.17, 한국당은 7.96, 바른미래당 5.81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국당 지지자들 중 이탈자들은 진보세력에 완전히 편입된 것이 아니라 대안적 보수세력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중도성향의 한국당 이탈자 34.6%가 바른미래당 지지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른미래당 구성원 전체가 손 대표의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 주장에 동의하고 힘을 보태느냐 하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외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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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자유한국당의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 분석’이라는 연구용역결과 보고서가 공개됐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후 선거 참패의 원인 분석과 활로 모색을 위해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보고서는 한국당이 현재 처한 위기에 대해 “보수·적대적 대북관을 고수하면서 중도 층의 이탈이 가속화 된 탓”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및 복지 쟁점문제로 한국당에 대한 지지철회를 초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 한국당은 어떻게 해야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보고서는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유능하고 적극적인 평화와 통일의 비전 제시’와 ‘건설적이고 차별화될 수 있는 보수노선의 경제정책’을 처방전으로 내놓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연구소의 이런 진단과 처방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필자는 6.13 지방선거 직후, <안철수 주요패인은 ‘유승민’>이라는 제목의 본란 칼럼을 통해 바른미래당의 패인으로 유승민 의원의 ‘적대적 대북관’과 ‘진보적 경제관’을 지목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안보도 보수, 경제도 보수’를 주장했다가 패했다면, 바른미래당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주장했다가 대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바로잡아가고 있는 건 용역을 맡긴 한국당이 아니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실제 손 대표는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안보 문제에 대해 “남북의 화해와 평화체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더 이상 반공 보수는 우리의 가치가 아니다”라며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제문제에 있어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낡은 진보의 표상이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찾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가치”라며 ‘보수적인 경제관’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한국당에 내린 처방을 바른미래당은 이미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한국당은 어떤가.
정작 한국당 지도부는 냉전적 사고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학규 대표가 “자유한국당은 소위 반공, 냉전적인 보수 세력이 중심을 이루고 전통적인 보수세력과 태극기 부대에 의존하고 있는 불안한 정당”이라며 “의석이 100석이 넘지만 지금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 한다”고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이 “한국당의 당면과제는 남북관계에 있어 지난날 (한국당의)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정계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은 거대한 한국당이 아니라 비록 30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지만 바른미래당이 쥐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대연구소가 유권자의 최근 정치성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인 칸타퍼플릭에 의뢰해, 올해 9월 7~18일까지 전국 성인 1500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58.6%가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찍은 응답자는 24.6로 집계됐다.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한국당을 이탈한 것이다. 물론 이탈자들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었다.
보고서는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일관되게 한국당 후보를 지지한 집단은 ‘지지자’, 두번 다 한국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집단은 ‘반대자’로 정의했다. 지지자는 24.6%, 반대자는 41.6%였고 이탈자는 34.6%로 조사됐다. 이탈자는 ‘중도’ 성향으로 봤다.
실제로 이탈자는 스스로의 이념성향(매우 진보 0, 매우 보수 10)을 5.02로 응답했다. 민주당은 3.17, 한국당은 7.96, 바른미래당 5.81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국당 지지자들 중 이탈자들은 진보세력에 완전히 편입된 것이 아니라 대안적 보수세력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중도성향의 한국당 이탈자 34.6%가 바른미래당 지지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른미래당 구성원 전체가 손 대표의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 주장에 동의하고 힘을 보태느냐 하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외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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