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콜레라
박 생 규 수도권 사회부장
시민일보
| 2003-04-14 17:27:01
{ILINK:1} “12년째 돼지 키우는 재미로 살아왔는데 콜레라로 1600마리를 하루 아침에 땅속에 묻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망막합니다.” 이 말은 이번에 돼지 콜레라로 큰 피해를 본 이천에 사는 K씨의 말이다.
현재 K씨뿐 아니라 전국의 축산 농가들이 해마다 행사처럼 발생하는 돼지콜레라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이대로 뒀다가는 축산농가의 씨를 말릴 판이라 대책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콜레라가 발생하면 정부차원에서 불야불야 대책을 강구했지만 항구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농민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식 같이 키운 돼지를 하루 아침에 땅에 묻어야 하는 심정을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 축산 농가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는 판에 업친데 겹친격으로 다 키운 돼지를 살 처분하는 심정을 당사자가 아니고는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런데 콜레라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이천 장호원읍에서 올 들어 도내 처음으로 콜레라 감염 돼지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2곳에서 발생해 3만8000여 마리가 살 처분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방역당국은 정부 결정에 따라 지난달 하순부터 도내 전체 사육돼지 220만마리에 예방백신 접종을 실시해 지금까지 92%의 돼지에 접종을 마쳤으며, 나머지 돼지에 대해서도 접종을 마무리해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예방 접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말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콜레라가 최근 다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콜레라에 한번 감염되면 앞으로도 안심할 수 없다며 속만 태우고 있다.
또 이번 콜레라로 최소한 1년은 수출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추가 발생할 경우 사육돼지를 모두 살 처분 할 수밖에 없어 피해가 클 것으로 걱정하는 모습들이다.
콜레라는 백신을 한번 접종했다고 감염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2차 접종까지 실시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2차 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감염이 100% 예방되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축산 농민들을 더욱 실망케 하고 있다.
당국은 대책으로 농장 주변의 오염물질 소득과 청소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이 땅에 돼지콜레라가 살아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앞으로 축산 농가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없도록 당국은 철저한 예방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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