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집에 돈이 없다?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3-04-28 17:07:44
{ILINK:1} 5월 12일로 예정된 추심만료일을 앞두고 전두환 전대통령의 ‘추징금’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전씨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314억9715만원. 전체 추징금 2205억원 중 14.3%에 불과하다.
이중 전씨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나온 돈은 한 푼도 없다. 감춰놓은 재산을 검찰 측이 찾아내거나 중고 승용차와 콘도회원권 등에 대한 경매를 통해 강제집행한 돈이 전부다.
그가 앞으로 갚아야 할 추징금은 1700억대다. 그러나 7년이 지나도록 전씨의 채무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초 국민 앞에서 자신의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했던 그다. 그리고 그는 무기징역의 수인이 됐다. 그런 그가 특별사면을 받고 나더니 갑자기 영웅이라도 된 듯 목소리를 높였었다.
재산헌납은커녕 법이 명령한 채무이행조차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빚진 자’의 고민도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여전한 여유로움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노후를 보내고 있다.
돈이 없어 빚진 돈도 갚지 못하는 그가 어떻게 여전히 측근들을 대거 몰고 다니며 해외여행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건지 아이러니다.
보통의 채무자의 경우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씨에게는 이 절차가 면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강제성을 띨수 없고 소유재산이 없이 3년이 경과하면 그것으로 소멸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그이기 때문이다.
그는 애국을 하다가 빚쟁이가 된 사람이 아니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자신이 가진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죄를 물어 법은 그에게 추징금을 부여했다. 말하자면 그가 갚아야 할 채무는 범죄행위에 의해 파생된 것으로 일반적인 채무자보다 훨씬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죄의식을 느껴야 할 그가 마치 독립자금 대다 들킨 투사처럼 당당함으로 ‘돈없어 못갚겠다’는 식의 배짱을 보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뻔뻔스러움으로 비춰진다.
이런 판에 민주노동당이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문제와 관련, “법을 준수해야할 전직대통령이 40억원이나 되는 집에서 살면서 6년간 `돈이 없다’며 국가형벌권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법치국가의 치욕스런 현실이 아닐수 없다”면서 “추징시효인 5월12일까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국민과 함께 재산환수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나선 일은 다행이다.
민노당뿐 아니라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 본때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선(善)보다 힘센 악(惡)이 존재하는 세상을 방치할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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