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본 文人들 ‘내면세계’

김일주 기록사진 작고문인 102인展

시민일보

| 2007-12-10 20:37:33

한상억·조지훈·박목월등 102인 작업공간·일상 담아


작고 문인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작가 겸 소설가인 김일주(65)씨가 ‘제4회 문학인사진전-한국문학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을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정보관에서 개최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삶과 작업공간 그리고 일상의 숨겨진 이야기를 사진 8만여 컷에 담아온 작가가 자신의 ‘보물 문인창고’ 문을 연다.


1968년 ‘그리운 금강산’을 작사한 시인 한상억을 최초로 촬영한 이래 지난달 별세한 소설가 하근찬까지 현대문학을 이끌어 온 문인 102인의 창작 내면을 포착했다. 곧 40년간의 한국 문단사다.

김씨는 “102인의 사진 가운데 90% 이상은 최초로 공개되는 것들이다. 102명 중 김수영, 김유정, 박남수 신석정, 오상순, 유치환, 이상, 채만식, 채남선 등 9명은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라 소장한 필름을 복사해서 내놓았다. 문학사에서 절대 빼놓으면 안될 문인들”이라고 밝혔다.

“작품사진이라기보다는 기록사진 전시회다.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문인들의 사진을 모으고 자랑해왔다. 이태준, 정지용 선생의 사진을 구할 수 없어 이번에 전시하지 못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다.

김씨는 경기일보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68년 당시 시인 조지훈이 운명하자 기사를 쓰려고 했지만 사진을 구할 수 없었다. “조지훈 선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인이라 신문사에 사진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없었다. 문인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모으는 기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문화관광부의 도움으로 이번 전시회를 여는 그는 한국문학박물관 건립도 기획하고 있다. 박물관이 세워지면 소장품들을 모두 기증할 작정이다. “개개인의 문학박물관은 있지만 전체 문학박물관이 없다. 문학박물관이 필요한 때가 왔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가 문학박물관에 관심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는 “문인 사진을 찍은 지 40년이나 됐고 보관하고 있는 필름만 8만여장이다. 1t 차량 분량의 원고, 육성 녹음, 행사에 걸렸던 플래카드들도 많다. 대표적 문인들의 사인만 50~60여점을 보관하고 있다”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쉽게 찍은 사진들이 아니다. “김지하씨 출감을 축하하는 술자리가 종로3가 탑골에 마련됐는데 우연히 들렀다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김지하씨 주위에 있던 젊은이들이 필름을 내놓으라고 해서 찍은 필름을 숨겨두고 찍지 않은 필름으로 바꿔치기 했다. 그래서 지금 사진이 남아있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이지만 사진들을 보며 생에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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