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苦’주부들 유흥업소 진출

    사회 / 시민일보 / 2005-04-24 19: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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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방·안마시술소등서 일하다 윤락녀로 전락하기도
    최근 연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실업가장’이 늘어나면서 생활고에 허덕이는 가정주부들이 향락 업소로 내몰리고 있다.

    더구나 향락업소가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마저 확산돼 접대부고용과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노래방등이 평범한 가정주부들의 취업지로 급부상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2일 밤 10시께 취재진이 의정부시 신시가지 유흥가에 있는 모 노래방을 찾았다.

    처녀같은 ‘아줌마 도우미’가 있다는 노래방 주인의 말에 “불러달라”고 하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들어왔다.

    자신을 인근 동네에 사는 김아무개(35)라고 소개한 한 여인은 2시간에 10만원만 주면 2차(윤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속칭‘보도방’을 통해 이 일대 노래방을 돌며 일한다는 김씨는 일단 ‘수고비’ 명목으로 1인, 시간당 2만원을 요구했다.
    돈을 지불하자 김씨는 최근 잘나간다는 인기있는 가수의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또 김씨는 100점을 맞으면 ‘축하금’으로 1만원을 달라고 했으며 이 돈에서 보도방 업자에게 5000원, 노래방 주인에게 3000원을 떼어준다고 말했다.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한 지 2개월째인 김씨는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하고 10만원 이상을 번다면서 여기에 속칭 ‘2차’ 윤락을 나가면 수입은 훨씬 증가한다고 귀뜸했다.

    최근 실직한 남편과 별거 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지낸다는 김씨는 “식당일과 건물 청소 등 안 해본 일이 없지만 매달 70여만원 안팎의 작은 수입으론 생활이 불가능 했다”며 “아들과의 생계를 위해서는 평생동안 지켜온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김씨는 또 “매일 밤 아들을 혼자 집에 놔두고 나올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며 “요즘 들어 자신과 비슷한 주부들이 부쩍 늘면서 이 일도 경쟁이 치열해져 수입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의정부시 중앙로 모 안마시술소.
    안마사 이아무개(39)씨는 5년 전 부도를 내고 도피중인 남편의 채무독촉에 시달리다 결국 퇴폐 안마시술소에 취업했다.
    이씨는 지난해 초 정보지 광고를 보고 양주군의 모 이발소에 취업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윤락녀로 전락, 결국 퇴폐 안마시술소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씨는 “손님들로부터 인격적인 모욕을 받을 때 마다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씨는 “요즘 들어 아침에 들어오는 나를 보고 ‘엄마 어디갔다와’라고 자주 묻는다”면서 “자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윤락업소를 벗어날 수가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에 대해 의정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장기적인 경치침체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향락업소로 내몰리고 있다”며 “단란주점과 노래방등에서는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으나 매상이 없다보니 불법인줄 알면서도 주부 등을 고용,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한모 기자 hanm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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