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헌개정 묻는 당원투표로 사실상 ‘보궐 공천' 돌입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20-11-01 10: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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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류호정 “민주당 비겁하다”...민주당 박우섭 “나는 반대”
    박원순 성추행 피해 여성 “이낙연, 무엇을 사과한다는 거냐”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보궐선거 참여를 위해 1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유책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 개정 여부를 당원들에게 묻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에 돌입한 데 대해 야당의 비난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당헌을 통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바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7월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사건’에 한정하던 것을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하면서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게 된 내년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민주당은 2년 뒤인 2017년 정당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제공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민주당 정발위가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데는 “후보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면 선거관리 경비 등 막대한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각각 무공천, 선거비용 보전비용 환수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3년 만에 “정당의 책임” 운운하면서 해당 당헌을 뒤집기 위해 당원 뒤로 숨는 모습을 보이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 유세 현장에서 "새누리당 소속 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하는데 후보 내지 말아야죠” 등으로 압박한 당시 뉴스 캡쳐를 공유하면서 "민주당의 새 당헌 제1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네가 하면 불륜이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도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목소리로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아야 도리 아니냐'고 외치던 장면이 생생하다"며 "문 대통령의 응답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비겁한 결정을 당원의 몫으로 남겼으니 민주당은 비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의원은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행’ 파문으로 사유가 발생한 곳”이라면서 “민주당의 당헌 제96조 제2항은 이런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해괴한 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공당의 도리는 공천할 권리가 아니라, 공천하지 않을 의무의 이행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전형”이라고 날을 세웠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공개질의서를 통해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무성의를 지적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피해 여성은 "이 대표가 당헌 개정 전 당원투표를 밝히면서 '특히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했는데, 피해자와 지원단체 등은 민주당으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은 일이 없다"며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이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당 소속 정치인의 위력 성추행을 단속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하는 현실에 사과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인천 미추홀구을 지역에 출마했던 박우섭 전 남구 구청장은 페이스북에 “저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글을 올린다”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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