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집값 상승에 이어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여권 인사들이 부동산 관련 실언을 잇따라 쏟아내는 등 안일한 대응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4일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에 비해 8p 상승한 130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1월 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심리 지표가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집값 파동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권의 주요인사들이 국민 불안을 키우는 발언을 일삼고 있어 안일한 현실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했던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을 맡은 진 의원은 지난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우리가 임대주택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더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의원 자신이 서울 내 신축 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진 의원은 왜 임대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고 있는가”라며 “당장 서울 종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낙연 대표부터 이사하라고 설득하길 바란다”고 쓴소리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시세가 폭등하는 바람에 국민이 짜증 내고 있는데, 책임 있는 정책 당사자들이 쓸데없는 말을 해서 국민을 더 괴롭히는 짓은 삼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수록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책 조치를 삼가는 게 좋다"고 조롱했다.
윤희숙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법부와 여당 주거정책의 큰 책임을 맡았다는 분이 이렇게 지적으로 게으르다는 것은 참 실망스럽다"고 진 의원을 직격했다.
특히 그는 "더 암울한 것은 오랜 세월 축적돼 온 국민 인식을 아무 근거 없이 '환상이나 편견'으로 치부하는 고압적인 태도"라며 "민주화 세대라는 이들이 누구보다도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기본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문제는 부동산과 관련한 실언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여권 핵심 인사들이 한 둘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18년 9월 라디오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다"며 "저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여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할 당시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홍역을 치뤘다.
주무장관인 김현미 장관 조차도 지난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도 “금리 인하와 가구 수가 전세가 상승 주요 원인이다. 전세난은 임대차 3법 때문만이 아니다”고 안이한 현실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서울은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 (이해찬 전 대표), "(부동산 값) 안 떨어진다, 부동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인가"(진성준 의원) "호텔을 활용하게 되면 요즘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공동 커뮤니티 공간이 생기고, 공동 주방공간 등 공동 사용 공간을 배치할 수 있다. 잠자고 생활하는 공간이 매우 쾌적하고, 안정성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김태년 원내대표) 등의 발언이 구설을 탔다.
한편 '부동산카페' 논객으로 알려진 '삼호어묵'(본명 윤세경)은 김현미 장관이 당분간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호어묵은 "여태 욕받이 노릇을 대신해준 김현미가 갈려 나가면 그 다음은 본체인 청와대가 죽어 나갈 판인데 김현미 같은 불세출의 탱커를 갈아치울 이유가 없다"며 "(선거철이 되면) 김현미가 갈려 나감과 동시에 모든 죄는 더불어민주당도 청와대도 아닌 김현미의 1인의 잘못이 된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새로 임명된 장관은 모든 죄를 전임에게 뒤집어씌우며 '나는 시장주의자다. 여태 부동산 정책에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잘못된 정책들을 바꿔나갈 것이다'라고 태세를 180도 전환할 것인데 여기서 속으면 개돼지가 된다"며 "부디 누가 국토부 장관에 앉더라도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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