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지도부 함구령에도 개별입장 봇물...‘적진분열’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정부여당 주도 하에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정치권 화두로 부각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관련 TF 회의를 개최하고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등 수도이전 공론화에 적극 행보를 시작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내부 이견으로 혼선을 빚으며 적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행정수도완성추진 TF 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행정수도 기능이 빠져나간 서울을 어떻게 디자인할지가 중요한 논의 사항"이라며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을 모델로 서울을 어떤 방식으로 경제수도로 만들지 고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TF가 이날 첫 회의에 이어 세종, 충남, 충북 등 지역 순회 간담회를 통해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내에서는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4일 이해찬 대표가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결정 문제가 해결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시사한 데 이어 전해철 의원도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이유로 위헌 판정을 했기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법률보다는 개헌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와 같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한 일은 먼저 진행하되, 개헌에 대한 고민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수도이전 완성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보조를 맞추고 있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당 지도부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주장이 담장을 넘는 모양새다.
실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뜬금없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봉창 두드릴 일이 아니다”라며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정권은 국가 시스템을 흔들어대고 있다. 나라가 온전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에도 "민주당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수도권 집값은 잡지 못하고 또 물조차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태 같은 것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성이 없을 뿐더러 위헌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국민들이 민주당의 속셈을 모를 리도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3일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까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것"이라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도에 벌써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위헌 판결이 났다"며 “헌법재판소도 우리 사람으로 채웠으니 우리가 내놓는 법안은 합헌이 될 수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주도했던 김병준 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은 "아주 아주 좋은 기회“라면서 "우선 지금 통합당 내에 특별기구가 먼저 나와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그런 다음에 당론을 정하고 여당하고 접촉을 하면서 여당이 낼 수 없는 안을 내야 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자유주의적이고 분권과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야당이 안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의 함구령에 대해 “조심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함구가 되긴 힘들다. 이미 세종시에 불이 붙어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장우 의원도 전날 성명을 통해 "여야 정치권에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지도부와 다른 소리를 냈다.
다만 이 의원은 “모든 논의는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해소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청권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의원도 “집값 폭등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고 수도이전 카드를 이용하는 얄팍한 정략적 술수가 엿보인다”고 비판하면서도 “수도이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 조속히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집값 폭등, 성추문 등이 희석될 수 있으니 수도이전 논의를 회피하자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밖에 안 된다”며 “여당의 국면 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어차피 마주할 수도이전 논의를 당장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이 우려하는 바를 알면서도 의견을 자꾸 내는 이유는 저들의 전략·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함”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지역 간 분열 요소가 노정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당내 여론을 전했다.
이에 앞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수도 완성 논의를 충청도 지역 모두를 살리는 방향으로 확대하자”며 “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 헌재의 판결을 무시한다는 비판도 사라지고,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행정수도 이전 집값 안정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54.5%에 달하는 여론조사가 이날 발표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의 수도권 집값 안정화 효과'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5%(전혀 공감 안 함 35.8%, 별로 공감 안 함 18.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집값 안정화 효과에 대해서 '공감 한다'는 응답은 40.6%(매우 공감 19.5%, 대체로 공감 21.1%)에 그쳤고, '잘 모름' 응답은 4.9%였다.
권역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서울(69.3%)과 경기·인천(58.7%)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 대상지인 세종시를 포함한 대전·충청·세종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51.0%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45.8%) 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높았다.
부산·울산·경남(공감 46.2% vs 비공감 48.4%)와 대구·경북(43.5% vs 45.7%)에서는 공감, 비공감 비율이 비등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8619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을 완료(응답률 5.8%)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