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없는 운전면허시험

    기고 / 시민일보 / 2020-09-11 14: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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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논현경찰서 경비교통과 이수빈
     

    얼마 전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1차 추돌사고에 이어진 이른바 2차사고로, 사고 후 안전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2017년 최근 3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차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54.2% 일반사고의 치사율 9.3% 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2차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는 수치다. 비단 고속도로로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자동차전용도로나, 일반국도에서도 사망사고까지 발생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2차 사고다.

    그렇다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교통사고 후 안전조치이다. 최근 안전조치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등을 통해 안전조치요령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실제 교통사고가 발생 됐을 때 이를 정확히 숙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연 평균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9년 기준 22만9천6백건이고 자동차등록대수는 2천3백6십만대로 자동차등록대수 대비 연 평균 교통사고 발생률이 1%가 채 되지 않는다. 물론 등록된 모든 차량이 운행한다고 볼 순 없지만 중요한 점은 운전자들 중 교통사고를 경험하는 운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안전조치를 해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의로 사고를 내봐야 하나? 그건 아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이를 교육하고 직접 경험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시행중인 운전면허시험에서 안전조치에 대한 교육과정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필기시험을 보기 전 수강하는 학과수업에서 “사고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한다.”라는 이론적인 설명이 전부다.

    현행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단순히 몇 개의 코스 중 선택된 코스에서 시험을 보는 과정이 아닌 주행 중 예기치 못한 돌발 발생, 사고 시 안전조치 요령, 환자발생 시 구호조치 등 실제 도로상에서 접하게 되는 위험상황을 교육과정과 시험과목에 포함을 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운전면허시험이 가장 어렵다는 독일은 운전면허시험 외 별도로 응급처지 과정을 수료해야 하며 주행시험 시 정해진 패턴이 아닌 시험관들이 즉석에서 돌발 상황을 만들면 그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 단순히 이론시험을 어렵게 만들고, 주행코스를 어려운 곳으로 정하는 문제가 아닌 안전조치와 관련된 실질적인 교육이수과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한 스포츠를 접하다 보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안전조치다. 예를 들면 스키를 처음 접할 때 배우는 것이 슬로프에서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과 넘어졌을 경우의 대처법이다. 차를 운전하는 것도 위험을 수반한 행위 인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형법상 단순 과실이 아닌 상당한 주의의무를 요하는 업무상 과실로 처벌하는 것이다.

    운전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주는 국가기관이 그 위험한 행위에 대한 안전교육과정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한 직무 유기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현행 운전면허시험을 개선해야 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운전면허시험의 개선이 곧바로 2차 사고를 무조건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미숙한 안전조치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일은 없어야 된다는 얘기다.

    더불어 차를 운전하는 모든 운전자들도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조치는 도덕적 요구사항 아닌 도로교통법66조(고장 등의 조치)와 대법원판례(대법2009다64925)가 존재하는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이자 생명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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