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의 불청객, 반복되는 산림화재

    기고 / 시민일보 / 2025-03-11 09: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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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소방안전원 서울지부 백승태 교수
     

    ▲ 백승태 교수
    ‘산림보호법’에선 산불을 “산림이나 산림에 잇닿은 지역의 나무ㆍ풀ㆍ낙엽 등이 인위적으로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에 타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와 국토의 65%가 산지로 구성돼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봄ㆍ가을에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건조한 봄철엔 강한 북동풍의 영향으로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산불 사례를 살펴보겠다. 2000년 강릉ㆍ동해ㆍ삼척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역대 가장 큰 피해 면적을 기록한 산불이다. 피해 면적만 2만3794ha 규모다. 이는 축구장 3만5000여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주택 등 800여 채의 건물도 불에 타 경제적으로는 약 36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2005년 양양 산불은 우리에게 천년고찰 낙산사까지 한순간에 불태울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줬다.

    2022년엔 총 11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중 3월 4일에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1만6302ha의 산림을 소실시켰다. 진화 소요 시간은 213시간 43분으로 역대 우리나라 최장 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산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산을 찾는 사람들의 소각 또는 취사 행위다.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10년 산불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 32.9, 쓰레기 소각 12.6, 논?밭두렁 소각 11.9%다. 전체 산불의 절반 이상이 사람에 의한 실화 또는 소각 행위인 셈이다.

    산불 유형은 불의 강도와 숲의 층상구조에서 불이 도달하는 높이로 구분한다. 불의 강도는 연료원의 종류와 연료량, 지형, 기후 등의 영향을 받는다. 이탄이나 낙엽 등 땅속 유기물질이 타며 토양 속 연료가 많이 축적된 곳에서 느리게 진행하는 산불인 지중화(ground fire), 지표에 있는 낙엽이나 초본류 같은 지피식물과 관목, 어린 나무들이 불에 타며 빠르게 진행하는 속성을 갖는 지표화(surface fire), 나무의 줄기가 타는 수간화(Understory Fire), 불꽃의 길이가 3m 이상인 불로 숲의 층상구조 전체를 연소시키는 수관화(Crown Fire) 등으로 분류된다.

    산불은 기상과 연료가 되는 숲의 종류, 지형 등에 영향을 받아 확산한다. 경사가 20°인 경우 6㎧의 속도로 바람이 불면 무풍일 때보다 속도가 26배 빠르다. 습도 역시 산불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공기 중 실효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지면 낙엽의 수분 함유량이 10% 정도로 낮아진다. 수분 함유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과 비교했을 때 발화율이 약 25배 높다. 연료가 되는 숲의 종류 측면에선 소나무숲이 활엽수림에 비해 강하게 탄다. 소나무는 활엽수와는 달리 겨울과 봄에도 가지에 잎이 붙어 있어 지표층(낙엽층)에서만 타던 산불이 나무 윗부분, 즉 수관층까지 옮겨 붙으면서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로 확산될 수 있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생태적 측면에선 산림 황폐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토양 영양물질 소실, 홍수 피해 증가, 국지기상 변화, 산성비ㆍ대기오염 증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등이 초래된다.

    경제적 측면에선 목재ㆍ가축ㆍ임산물과 산림 환경 기능이 손실된다. 식품 생산과 물 공급으로 인한 비용 증가, 산업ㆍ수송교란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사회적 측면에선 관광객 감소, 산업 교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기 중 연무농도에 따라 호흡기 계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암은 물론 만성질환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산불 발생 시 대피요령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산불 발견 시엔 119, 산림관서, 경찰서로 가장 먼저 신고해야 한다. 목격 장소와 시간, 산불 크기, 인적사항 등을 함께 알리면 신속한 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작은 산불을 진화하고자 할 땐 외투를 사용해 두드리거나 덮어 진화하면 된다.

    대피할 땐 바람 방향을 고려해 산불 진행 경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길에 휩싸일 경우 침착하게 주위를 확인해 화세가 약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대피 장소는 이미 타버린 지역, 연료가 없거나 적은 지역, 도로, 바위 뒤 등이 적합하다. 산불보다 높은 위치를 피하고 복사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다. 대피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시엔 낙엽, 나뭇가지 등 연료가 적은 곳을 골라 연소물질을 긁어서 제거한 후 얼굴을 가리고 불길이 지나갈 때까지 엎드린다.

    산불 예방을 위해선 농촌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에 대한 소각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또 봄철 산행자 중 산불 위반 행위자에 대한 계도ㆍ단속을 강화하고 홍보를 실시하는 등 현장에 적용 가능한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법?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현재 산불 진압 현장에선 지휘기관과 실제 대응기관의 분리로 인해 지휘체계가 이원화돼 정보 공유 혼선이 빚어진다. 이로 인해 진압 자원 중복 투입과 기관 간 마찰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산불 규모별 효과적인 지휘가 이뤄지지 못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이유다. 산림청의 진화인력 중 비상설 기간제 산불진압대원은 전문교육ㆍ훈련이 부족하고 고령층이 많은 게 현실이다. 산불 전담ㆍ전문진화인력 교육과 인력 확충이 필요할 거로 판단된다.

    “A stitch in time saves nine”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의 아홉 바늘 수고를 던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 어떤 일에서 발생할 상황을 미리 잘 생각하고 적절한 사전 준비와 조치를 취하면 후환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오늘날은 초연결ㆍ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융합된 인공지능 시대다. 사회 변혁이 가속화돼 가는 지금은 이전에 해오던 규격ㆍ표준화된 방식ㆍ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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