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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정당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둘러싼 각종 논의가 벌어지면서 기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국민의힘 3.8전당대회가 끝나면 정치권은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국힘 전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포함) 후보들 자체가 차기 총선의 공천을 염두에 두고 출마한 경우가 일반적일 정도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국회의원 공천을 놓고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며 여전히 한국 정치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금 현역 의원들이 역대 최악이라며 대거 물갈이 공천이 대세를 형성하고, 세대 교체, 젊은 피, 청년ㆍ여성의 진출 확장 등이 거론되며 신인ㆍ청년ㆍ여성ㆍ장애인 가산점 부여도 뜨겁게 다루어질 것이다. 현역 의원들은 전체 선거구 가운데 겨우 절반 정도가 공천을 받아 살아남을 것이다. 이러고도 결국은 당권 장악 세력에 의한 공천이 진행되면서 22대 국회 역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될 수 있다.
사실 한국 정치의 폐해와 후진성을 비판하지만 그 극복 방안들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지 않아 왔다. 필자가 보기에 굳이 2가지만 꼽으라면 ‘개헌’과 ‘완전자유경선공천제’라고 말하고 싶다. 이 중에서도 딱 하나만 정하라면 거리낌 없이 완전자유경선공천제라 생각한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반드시 추구되어야 할 제도이자 가치라고 보인다.
우리 정당은 양대 정당의 경우 당원 숫자가 수백만명씩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경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만 해도 약 78.7만명으로 93.7%를 차지하는 가운데 전체 선거인단이 약 84.0만명에 이르고 있어 당심을 충분히 반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사실 당원에 의해 정당만이 가진 이념, 노선, 정체성, 정책 등의 특성을 반영하여 공직후보자를 선정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원칙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정당 후보자가 최종 선정된 후 선거운동을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까지 흡수해 선거를 치르는 게 상식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정당들의 경우 이대로 두면 당심조차 반영되지 않으면서 변칙과 파행을 되풀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략 공천, 표적·자객 공천, 비례대표 선정 등을 둘러싼 밀실 공천, 야합 공천, 졸속 공천, 사천 논란 등의 각종 문제를 쏟아낼 것이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대통령 또는 대통령 유력후보를 중심으로 공천이 이루어지거나 당 지도부가 공천권 행사를 하려 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독자적인 공천 기준과 심사과정을 통해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공천이 벌어지는 가운데 자당에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천 주도 세력이 천거하는 후보들이 그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보면 자의적인 공천 학살과 반발 등이 진행되면서 총선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1대 국회에서 보는 것처럼 입법부에 형편없는 자질의 국회의원들이 대거 입성해 국정을 망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는 국민들이 일은 하지 않은 채 싸우기만 하는 정당과 국회의 모습에 실망과 분노를 거쳐 혐오를 넘어 정치를 부정하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젠 원칙과 총론에 충실하게 돌아가야 한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그 당원들이 국회의원 후보들을 선정하게 해야 맞는다.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당원협의회(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당원들의 표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모집단이 존재함으로서 얼마든지 전 세계 민주국가들이 하고 있듯이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선출할 수 있다. 전체 유권자의 1% 이상이 되면 국회의원 또는 당협위원장(민주당은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당심이 표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우려되면 책임당원(민주당은 권리당원)에 더해 일반당원들까지 포함해 선거인단을 3000명 또는 5000명 정도로 하한선을 설정해 선출하도록 만들면 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호남, 민주당의 경우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절대 당원 수가 부족한 현실에서는 해당 지역에서만 별도의 절차와 방식을 적용하면 되고, 정당의 당원 배가 노력을 더해 이러한 결함마저 메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현역 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정당의 주인이자 정당 정치의 핵심 가치인 당원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접근 자체가 민주주의에 합당하다. 주요 정치 선진국들처럼 다선 의원들이 다수가 나와 국정운영에 충실한 품격 있는 정치 안정의 토대를 갖추는 전제이자 내부적 기제로 작용하는 이점도 있다. 초선이라면서 마구 설쳐대거나 최소한의 예의와 자세조차 결여된 의원들이 포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결국에는 능력이 없거나 부적합한 현역 의원들의 경우 당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공천에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 인터넷·모바일·ARS 등의 투표 방식이 가능해 선거 관리와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면서 객관적인 표심을 반영할 수 있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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