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 6일 전부터 선거당일 투표 종료시간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3월 9일이 투표일이니 3월 3일 이후에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투표 종료시간까지 보도가 일절 금지된다.
중앙선관위는 공표금지기간을 규정한 이유로써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금지 기간 중에 공표될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고,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의 사표(死票)방지 심리나 동정심을 자극해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선거 막판에 편파적 여론조사가 나오면 이를 바로 잡을 시간이 부족해 특정 후보에게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힌바 있다.
문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도 각 후보.정당 측은 여론조사를 계속 실시한다. 다만 공표만 못할 뿐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의뢰기관인 언론계 종사자는 물론 정부, 기업체 고위관계자 등 ‘알만한 사람’은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유권자에게만 입을 다무는 것은 정보의 빈부 격차를 벌린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로 유권자들이 투표 전에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늘어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투표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딱 6일 동안만 금지해야 하는지 명백한 근거나 논리도 없다. 예전과 달리 인터넷이 활성화된 요즘에는 예전처럼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언론의 미발표로 인해 가짜뉴스 양산이 걱정된다.
이번 대선의 최종 여론조사는 3월 3-4일 언론에 크게 보도될 것이다. 때문에 3월 4-5일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최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알고 난 직후에 투표하게 된다. 6일 동안이나 여론조사와 격리되어 ‘깜깜이 터널을 막나온’ 본투표자와는 여론의 민감도에서 형평에 맞지 않는다. 앞으로 사전투표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이를 감안하면(사전투표율은 2017년 대선 때 33.7%, 2020년 총선 때 40.3%) 제도적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규정이 없고, 있더라도 24시간 또는 48시간 정도다. 여론조사공표금지규정을 아예 없애거나 금지기간을 대폭 줄이면 정당 및 후보자의 지지도, 민심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시대착오적이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 여론조사 공표금지규정 존치여부를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