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탐정법, 더는 미룰 수 없다! – 새 정부의 사회안전망 과제

    칼럼 / 시민일보 / 2025-04-22 11:42:35
    • 카카오톡 보내기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국민은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그중에서도 시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는 국가가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기본적 책무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한 법이 있다. 바로 '공인탐정법'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이미 제도화한 이 법은 대한민국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탐정제도의 법적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공인탐정법의 제정은 단순히 특정 직업군을 위한 입법이 아니다. 이는 불법 심부름센터와 무자격 흥신소 등 음성적 조사 시장을 양성화하여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법률과 윤리를 기반으로 한 공적 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다.

    산업스파이 조사, 보험사기 추적, 실종자 탐색 등 수사기관의 손이 미치기 어려운 분야에서 탐정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국가제도만으로는 모든 권익을 보호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디지털 AI 시대에 사이버 해킹, 딥페이크 등 첨단 범죄가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민간 전문가의 기술적 역량을 활용하는 민·관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며, 이런 맥락에서 전문화된 민간 탐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공인탐정법 제정은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공인탐정제도 도입 시 연간 4,877억 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증가, 5,6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1조 2,724억 원 이상의 매출 효과가 기대되며, 청년층과 퇴직 인력에게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탐정 및 탐정보조원을 포함한 관련 인력은 약 2만~4만 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산업 전체 규모는 2~3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탐정·추리·범죄심리·프로파일링 등과 연계된 문화콘텐츠 산업은 드라마, 영화, 출판, 게임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인탐정제도의 제도화는 단순한 법제화를 넘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창조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인탐정법 제정 논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으며, 17대부터 21대 국회까지 13차례 법안이 상정되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다. 벌써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경비업법 개정을 통해 민간조사관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지시로 탐정을 '미래 유망 신직업'으로 선정하며 신직업 발굴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선 공약으로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제시했으며, 경찰청을 주관 부처로 지정하고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3개의 법률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정부도 끝내 실질적인 입법에 이르지 못한 채 다음 정권으로 숙제를 넘겨버렸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이 오랜 미완의 과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현재 국내에는 탐정이라는 명칭 사용은 허용되었지만, 자격기준과 활동범위, 관리감독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음성적 시장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독일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탐정제도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며 2만~6만 명의 탐정이 활동 중이다. 글로벌 흐름에 비춰볼 때 한국만 낙후된 법제도로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물론 탐정업이 사생활 침해, 전관예우, 법률충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법 제정을 통해 명확한 자격기준과 금지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교통사고가 우려된다고 자동차를 없애지 않는 것처럼, 음지에서 방치된 탐정 업무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강화하는 길이다.

    공인탐정법은 법을 지키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다. 탐정은 공권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민간의 감시자이자 조력자다. 이제는 더 이상 탐정제도를 음지에 두지 말고, 정당하고 투명한 틀 안에서 발전시켜야 할 때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공인탐정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경찰학박사 ▲前총경,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단장, K-탐정연구소장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