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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권이든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집권 여당의 대표는 국정 운영에 필요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협치를 하는 쪽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국회를 장악했더라도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이면 민심이반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청래 대표는 ‘협치’ 보다는 ‘내란 척결’을 강조하며 연일 투쟁 의지를 불태우는 모양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투쟁은 힘없는 야당이 제왕적 권한을 지닌 행정부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막강한 행정 권력에 입법 권력까지 장악한 여당 대표가 사용하는 수단은 아니다.
그런데 왜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척결’을 강조하며 야당의 투사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지나친 독주로 이재명 정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로 정 대표는 취임 나흘째인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진보 성향 4개 야당 대표를 예방했으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그냥 ‘패싱’했다.
새로 선출된 당 대표가 다른 당 대표를 예방하는 오랜 국회의 관행마저 무시해 버린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여당이 지나치게 강공 일변도로 나갔을 때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은 여당 대표만 지는 게 아니고 정권 전체가 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라고 꼬집었으나 그는 안하무인이다.
정청래 대표는 대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의 ‘강성’이 당 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준 힘이었기 때문이다.
비주류의 정치적 삶을 살아온 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강경한 당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다. 당내 의원들과 대의원 투표에선 박찬대 의원에게 밀렸던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당내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행보를 취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힘이 되지 않는 국민 여론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문제는 그런 모습이 과연 이재명 정권에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들은 정청래 대표의 행보를 좋아하겠지만, 중도층은 오히려 돌아설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정청래 대표는 왜 이러는 것일까?
그에게는 이재명 정권의 성공보다 자신의 대통령 꿈이 더 소중한 까닭이다.
정치권은 정 대표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정치적 폭발력을 갖춘 그가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권력인 이재명 대통령보다도 미래권력으로 떠오른 정청래 대표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국회의원들 수도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현상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게 당정 갈등으로 노출되는 순간 이재명 대리인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어준 대리인 정청래 대표가 정면승부를 벌이는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년 6월 지방선거가 그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차기 대권의 디딤돌 격인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가 격돌할 가능성도 있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만 얻으면 된다는 걸 경험한 정청래 대표는 재판 중인 범죄 피의자 이재명도 대통령이 됐는데 나라고 못 하겠느냐는 생각에 사로잡혀 입법 독주를 자행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의 박수에 도취해 질주하면 결국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정권은 물론 정 대표 본인에게도 악재가 될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강성 지지층에 휩쓸리는 순간 중도층이 외면할 것이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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