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거버넌스] 경기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우아한 돌’ 展 개최

    기획/시리즈 / 민장홍 기자 / 2024-06-04 14: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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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 소재 '돌'의 시대적 재해석… 한국화가 14인의 작품 한자리에
    작고 작가 비롯해 중견·신진작가등 작품 60여점 선봬
    전통수묵화 주춧돌 삼아 저마다의 色 더한 작품들 소개
    구상-추상의 경계 넘어선 새로운 한국화 이미지 제시
    ▲ 이윤진, 정중동靜中動-고요함 속의 움직임, 2022년, 종이에 수묵, 74×142.5cm

     

    [시민일보 = 민장홍 기자] 경기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2024년 봄 기획전으로 ‘Elegant Stones: 우아한 돌’ 전시회를 오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돌 그림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 · 2 · 3 · 4전시실에서 한국화 대표 작가 14인의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작고 작가인 장우성(1912-2005), 정탁영(1937-2012), 임송희(1938-2022) 그리고 원로작가 오용길을 비롯해 이은숙, 이창희, 이종민, 정해윤, 조인호, 박경묵, 손선경, 이윤진, 이호억, 소미정 등 한국화 분야의 중견 · 신진작가 총 14명의 돌 그림이 망라된다.

    돌이라는 단일한 주제가 다양한 세대, 다양한 배경 그리고 다양한 표현 방식을 지닌 화가들에 의해 어떻게 재현됐는지 살펴본다.

    기이한 돌을 좋아해 돌을 형兄이라고 불렀던 중국 북송대의 서화가 미불(1051-1107)의 유명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돌에 관한 관심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불과 동시대의 인물인 북송대의 8대 황제 휘종(재위 1100-1125) 조길(趙佶)의 경우 간악(艮嶽)이라는 정원을 만들고 그곳을 진귀한 돌로 꾸몄다. 특히 중국 남방의 도시 소주(蘇州)의 유명한 호수인 태호(太湖)에서 건져 올린 기이한 모습의 태호석太湖石은 휘종이 가장 좋아한 돌이었다. 이러한 황제와 지식인의 돌에 대한 애호는 이후 점차 확산됐다. 중국과 한국의 옛 그림 속 정원 혹은 가옥 한 켠에 종종 보이는 독특한 돌은 바로 이에 대한 반향이다.

    이후 돌에 대한 애호가 더욱 확산되면서 돌만을 주된 소재로 삼은 괴석도(怪石圖)가 등장했다. 중국 청대(淸代)의 주당(朱棠·1806-1876), 조선 말기의 정학교(丁學敎·1832-1914) 등 돌 그림으로 특화된 화가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결과였다. 이토록 돌이 관심을 얻었던 것은 ‘불변不變’이라는 특유의 속성이 흔들림 없는 인격의 소유자인 군자君子의 상징으로 혹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장수(長壽)의 은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한 돌 자체의 모습에서 보이는 독특한 아름다움도 인기의 중요한 비결이었다.

    이러한 돌에 관한 관심은 20세기에도 지속됐다. 그러나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환경이 전혀 달라진 상황 속에서 돌에 대한 인식도, 표현도 크게 변했다. <우아한 돌>을 통해 이러한 달라진 시대성이 반영된 다양한 돌 그림과 만나볼 수 있다. 서양화의 경우 한국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돌을 많이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한국 현대 회화의 돌 이미지를 대변한다.

    14인의 작가는 세대도, 창작의 관점도, 제작 기법이나 표현 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복고적인 주제인 돌을 각자가 과거 수묵채색화의 전통을 주춧돌 삼아 각자가 거기에 오늘날의 시대성을 더하고 또 자신의 색을 입혔다. 이를 통해 수묵채색과 유화, 사진이라는 재료의 경계, 우아함과 세속적이라는 뉘앙스의 경계, 사실과 표현 혹은 구상과 추상이라는 지향의 경계, 현실과 상상이라는 인식 및 관념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전통적인 성향의 주제인 돌이 신구가 조화된 화면으로 재탄생하게 된 이유이다. 돌 그림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 14인이 그린 돌 그림을 통해 이제 유행이 한참 지난 것으로 여겨지며 왜곡된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화가 어떤 방식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이것이 얼마나 시각적 편안함과 자유로움, 심리적 감흥을 줄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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