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AI 시대, 탐정업이 새롭게 정의된다!

    칼럼 / 시민일보 / 2025-04-02 13: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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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우리 사회는 디지털 혁명의 한가운데 있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소셜미디어 활동, 위치정보, 온라인 거래까지—우리는 매 순간 디지털 발자국을 남긴다. 이러한 변화는 범죄 수법과 조사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명탐정들이 돋보기로 현장의 담뱃재를 살피던 아날로그 시대는 끝났다. 셜록 홈즈가 오늘날 활동한다면, 그의 파이프 담배 대신 태블릿 PC를, 돋보기 대신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들고 다닐 것이다. 이제 전문탐정은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이자 데이터 과학자, 그리고 AI 기술의 숙련된 운용자가 되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IoT 기기들이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개인의 행동 패턴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주요 범죄 사건의 약 78%가 디지털 증거를 통해 해결되었다는 통계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디지털 흔적을 법적 증거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암호화 통신이나 익명화 도구의 확산으로 조사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강력한 해답이다.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처리 불가능한 대량의 데이터 분석, 패턴 인식, 예측 모델 구축이 가능해졌다. 금융 사기를 탐지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텍스트 마이닝을 통한 소셜미디어 분석, 이상 행동 패턴을 식별하는 AI 기술은 현대 조사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

    물리적 공간에서도 기술의 혁신은 계속된다. 드론을 활용한 광역 감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생체정보 모니터링, IoT 센서 네트워크를 통한 환경 데이터 수집은 전통적 조사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환경 범죄나 대규모 보험 사기 조사에서 이러한 기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경찰 조직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AI 기반 실시간 범죄 분석 시스템, 디지털 증거 관리, 음성 인식 기술 등을 도입해 수사 효율을 높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디지털 증거 분석을 위한 민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수사 기간을 평균 30% 단축했다는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학과에서는 "탐정에 대해 '탐정사'라 쓰고 '전문가'라 읽는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탐정의 본질은 특정 분야에서의 조사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일컫는다. 의사는 의료탐정으로, 회계사는 재정금융탐정으로, 부동산중개사는 부동산탐정으로 진화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지식과 첨단 조사기법이 결합할 때 최고의 전문성이 완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뒷받침할 법적 기반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탐정법안들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었으며, 22대 국회 역시 여러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공인탐정법 발의가 지연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탐정 업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탐정업을 합법화하고 관련 법규를 정비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필요하다. 강력한 조사 기술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권력 남용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의 가치를 지키며 기술을 활용할 때만이 전문탐정은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AI 시대, 탐정업의 미래에는 두 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 첫째, 디지털 격차 문제다. 고가의 AI 솔루션과 첨단 분석 도구에 투자할 수 있는 대형 조사기관과 그렇지 못한 소규모 업체 간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둘째, 세대 간 디지털 역량 차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베테랑 탐정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귀중한 전문성이 사장될 우려가 크다.

    디지털 AI 시대, 탐정업은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사회 안전과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중요한 직업이 될 것이다. 법적 기반 마련과 함께 지속적인 기술 개발, 그리고 윤리적 성찰이 함께할 때, 우리는 진정한 디지털 시대의 전문탐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경찰학박사 ▲前총경,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단장, K-탐정연구소장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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