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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 사람다운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선대위에 ‘전격 합류’라는 말이 이어지던 이달 초와 비교해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른바 ‘빅 플레이트(큰 접시)’ 전략에 금이 가고 있다.
압도적 정권 교체를 염원하고 유권자의 편에서 보자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선대위다. 경선캠프만도 못하다는 혹독한 평가에 직면했다.
윤석열 선대위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일까?
후보는 중도 인사와 탈문(탈문재인) 인사까지 담겠다는 뜻을 가지고 ‘빅 플레이트 선대위’를 외치는데 정악 선대위를 장악한 세력은 채용 청탁 문제로 2030 세대로부터 지탄받는 김성태 전 의원을 본부장에 임명하려고 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처럼 도덕성에 큰 하자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던 MB계가 선대위를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는 탓에 사람다운 사람들이 그곳에 발을 담그려 하지 않는 것이다. ‘백로야 까마귀 노는 곳에 가지 말라’는 말처럼.
실제로 여성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당내 진통 끝에 29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지만, 윤석열 후보가 공을 들이던 권경애 변호사와 김경률 회계사의 영입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태섭 전 의원의 영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인 권 변호사와 김 회계사는 탈문(탈문재인) 진보 성향 인사로 윤 후보 측은 '외연 확장' 차원에서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하며 최근까지도 이들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선대위가 특정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고는 정나미가 떨어져 직간접적으로 불참 의사를 통보하고 말았다.
금태섭 전 의원 역시 지금의 선대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윤 후보의 ‘빅 플레이트’ 전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문고리 3인방’이라는 선대위 몇몇 사람들에 의해 ‘MB 선대위’가 다시 꾸려지는 상황이다.
권영세 의원을 특보단장으로 선임하지 않았다면, 100% MB계 인사들로 채워질 뻔했다.
오죽하면 “윤석열 선대위는 과거 ‘MB 선대위’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외연 확장에 힘이 될 권 변호사와 김 회계사가 윤석열 선대위와 선을 긋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권경애 변호사는 "윤 후보는 김성태 전 의원의 딸 사건이 오래돼 기억을 못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선대위 본부장급조차 세세한 면모를 잘 모른다는 말로 선대위 구성을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권’을 요구할 때, 필자는 민주 정당의 선대위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선대위는 특정 한 사람 대신 특정 계파가 장악해 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으니 걱정이다.
그런 선대위는 윤 후보가 외치던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빅 플레이트 선대위’라는 윤 후보의 구상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외연 확장에 큰 힘이 될 합리적 인사들이 윤석열 선대위와 거리를 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대로 가면, 압도적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고 판단하면 즉시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한다. 잘못 끼웠다는 걸 알고도 억지로 다음 단추를 끼우다 보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다다를 수도 있다.
잔칫집에는 사람이 모여야 하듯 선대위에도 사람이 들끓어야 한다. 그래야 승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되레 집 앞을 지키는 사나운 개가 짖어대기만 하니 찾아오던 손님도 돌아가 버리는 썰렁한 잔치가 되어 버리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열 후보는 그런 개를 치워버려야 한다. 정말 선대위에 ‘문고리 3인방’이 존재한다면, 윤 후보는 과감히 그들을 내쳐야 한다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상왕 선대위’도 안되거니와 ‘문고리 3인방 선대위’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모이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윤 후보가 기대하는 압도적 정권 교체도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바로 지금이 잘못 꾸려진 선대위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윤석열 후보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정권 교체의 촛대를 다른 후보에게 넘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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