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대전’ 승부, 내년 8월 전대에 달렸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11-06 14: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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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정청래 대표와 친명계 간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컷오프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정청래 대표가 부산시당 위원장 경선을 앞두고는 이재명 대통령이 영입한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 위원장을 컷오프 해버린 게 발단이다.


    이에 친명계 원내·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정청래 대표의 ‘컷오프 없는 완전경선’ 약속은 거짓이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 위원장은 이 모임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 대표가 반발하는 유동철 위원장에게 당 대표 특보자리를 제안했으나 일언지하 거절당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전날에는 유 위원장이 직접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친명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정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여의도 정가에서 “명-청대전의 서막이 올랐다”라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건 ‘명·청대전’의 몸풀기에 불과하다.


    진짜 싸움은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펼쳐진다.


    정 대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뒤 8월 전대에 다시 출마해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래야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칫하면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으로 자기 정치를 하느라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지고 조기 레임덕이 가속화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런 사태가 오는 걸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는 기필코 자기 사람을 당 대표로 심으려 할 것이다.


    그게 누굴까?


    자신의 수족과도 같던 박찬대 의원은 이미 한 번 실패했다.


    지난 전대 당시 이 대통령이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었으나 정청래 팬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큰 격차로 패했다.


    다른 경쟁력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개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정 대표를 꺾으려면 인지도 면에서라도 정 대표를 앞서야 한다. 그런 사람이 민주당에 있을까?


    이 대목에서 ‘퍼뜩’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김민석 국무총리다.


    ‘인물난’을 겪는 민주당에서는 강력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싸울만한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김 총리다. 민주당이 김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 차출 카드 중 하나로 꼽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김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론에 선을 긋고 말았다.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한번 실패했던 그가 왜 서울시장 출마론을 일축하는 것일까?


    물론 최근 10·15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서울시 민심이 여권을 떠난 마당에 강력한 오세훈 시장에 맞서기 위해 총리직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고 서울시장 출마하는 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은 내년 8월 전대 출마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래야만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정 대표의 연임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미 이 대통령과 김 총리는 이에 대해 서로 합의했거나 적어도 암묵적으로 이 대통령이 동의했을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내년 전당대회는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맞붙는 ‘명·청 대전’의 최후 격전지가 될 것이다. 승자는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까지 바라볼 수 있지만, 패자는 그 즉시 존재감조차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권력의 속성이라는 게 본래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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