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한국 청년이 일본을 적대시할까

    현경병, 할말은 한다 / 시민일보 / 2023-04-10 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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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병 전 국회의원



    일부에서는 우스개 말 비슷하게 한국인들만 모르는 한국인의 특징이 3가지가 있다고들 한다. 1째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며 지독한 자기 비하를 극심하게 일삼는다는 것이다. 2째 중국을 너무 지나치고 일방적으로 믿으면서 좋아해서 어리석어 보일 정도라고 한다. 3째 일본을 우습게 안다. 미국조차 어려워하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을 한 수 아래로 깔보고 있어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권, 언론, 학자들은 비아냥대듯 우리의 수준을 형편없이 낮추거나 여전히 선진국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선진국 분류 작업을 해서 발표하는 글로벌 국제기구 8곳의 선진국 기준에 모두 들어가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22개국 정도인데, 이들 중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유일하게 분류하는 민주주의 국가 기준에서도 한국은 2008년부터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full democracies)’ 그룹’에 속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일본 보다 앞서는 1위 국가로 평가 받을 정도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날이 갈수록 아무리 자기 비하를 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조차 한국을 선진 민주 국가라고 평가하는 부문 만큼은 부인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우리 내부에서는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지향성이 극도로 강하다. 물론 짐작하기 어렵지는 않다. 중국의 참전으로 극심한 소모적 전투 끝에 휴전하며 분단이 고착화 한 한국전쟁을 겪고서도 다를 바가 없는데, 해방 정국과 건국 초의 좌익에게 있어서는 당시에도 중국이 한 편이었고, 미국과 일본은 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한을 종주국으로 삼아 김일성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주사파·NL)가 좌파의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북한의 존립에 절대로 필요한 존재인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것이다. 특히 혐미·반일 하는 입장에서 그 상대적 대척점에 있는 중국에 밀착하려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극히 폐쇄적인 권위주의 독재국가들 일부를 제외하면 중국을 좋아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무엇보다 2030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민의 대중국 우호감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중국을 극도로 경계하며 싫어한다. 마늘 파동, 사드 보복 조치, 하대하며 제압하려 드는 듯한 자세 등이 겹치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것이다.

     

    여기에서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북한이 그 어떤 나라 보다 중국을 가장 싫어한다는 점이다. 아예 믿지도 않는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그랬다. 이들은 그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발언을 여러 차례 언급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하자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지원이 필요해 이용할 뿐인 것이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거나 비판적이다. 워낙 많은 현안들이 뒤엉켜 있어 정리하기조차 어려워 꼬인 양국 관계가 속시원하게 해결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 일본은 반드시 활용해야 할 존재이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과거처럼 스스로를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힘없고 초라한 나라가 아니다. 일본에 무기력하게 당했던 소국도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필요한 것이다.


    정작 문제는 정작 따로 있다. 일본이 한국을 필요로 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정치인과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 국민들조차 거의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한국에서 과거에만 얽매여 일본의 자존심조차 뭉개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청년들을 중심으로 점차 정치적인 문제와 경제, 사회, 문화적인 차원을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날이 갈수록 일본에게 있어 한국은 꼭 필요해지는 가운데 점차 비중이 높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자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폭증하고 있는데, 일본을 찾는 관광객 1위 나라가 한국이다. 그것도 청년층이 주역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우호감이 상당히 높고, 현지 방문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인들 역시 한류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K팝, 한국드라마(한드), 게임, 웹툰, 한식, 뷰티 등의 각종 분야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청년과 청소년·어린이들은 일상 생활에서 한국어를 자주 구사하고 한국음식을 즐겨 먹으며 한국을 와보고자 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가운데 일본인이 단연 1위다. 언제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며, 젊은층일수록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이 강하고 높다.


    이런 마당에 우리 청년들에게 가능성이 열린 더 나은 삶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 필요하다. 한국 청년들에게 ‘일본을 적대시하는 것이 현명할까?’란 내용을 놓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과연 덮어놓고 반대하거나 적대시할까.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들에게 반일몰이를 하는 행태다. 이에 대한 극복이 진정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 셈이다. 무엇보다 2030세대들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자신감 있게 일본에게 다가서며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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