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무용론 논란 국정감사, 언제까지?

    현경병, 할말은 한다 / 시민일보 / 2022-10-05 14: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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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병 전 국회의원



    필자가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으로서 정부를 비롯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보좌진들과 함께 무척 애를 썼지만 짧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넘어가 버린 채 뚜렷한 실적을 거둔 바는 없었다. 워낙 기간이 짧고 대상 기관이 많아 바쁘기만 했던 기억이 남을 뿐이다. 그보다는 국감 자체가 언론으로부터 많은 지적을 당하며 국민적 비판이 쏟아진 경험만 떠오른다.

    대한민국 국회는 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할 필요가 없는 일을 벌여 국민들의 비난을 자초하며 불신과 혐오를 받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국정감사다. 아마도 올해도 요란하기만 했지, ‘왜 하느냐’며 훨씬 더 많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필요성과 효과를 따져 보자면 행정부와 관련 부속·산하 기관들에 대해 국민적 관심 속에 제대로 운영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고, 극히 일부 의원들의 추적과 현안화로 스타 정치인이 발굴되는 정도다. 그러나 앞의 내용은 국회의 상시적인 기능과 역할로서 충분히 수행하고 있으며, 뒤의 내용은 국민적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욕 먹는 의원들은 많지만 스타 의원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차 개헌을 통해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시절에 국회로 하여금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살펴볼 권한을 부여해 약화된 위상을 강화하겠다면서 운영하기 시작한 제도지만 더 이상 존치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별도의 기간을 설정해 이렇게 국정감사를 벌이는 나라는 없다시피 하다.

    사실 국감을 진행하면서 생겨나는 각종 파행과 부작용은 그 해악이 더 심각하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바라보는 실정이다. 여야가 상호 비방 속에 전방위적인 충돌을 이어가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뿐인 데다 막말, 고성, 피켓시위, 폭력, 정회 등의 소동이 벌어지기 예사다. 온갖 실수와 추태가 이어지면서 정쟁의 폐해만 드러날 뿐인 현실에서 국회 폐지론, 국회의원 무용론이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지나고 나면 비정상적인 국감이 의례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피감기관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끝날 뿐이어서 개운하지도 않다.

    여야 간의 소모적인 정쟁은 차치하고서라도 국정감사로 인한 폐해가 가장 극심한 경우는 3가지 때문이다. 1번째가 짧은 기간 동안 진행돼 대충 끝나기 마련이고, 2번째가 감당도 못하면서 피감기관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3번째가 무분별한 증인 채택 남발로 부작용과 피해를 낳는다는 점이다.

    국정감사는 해마다 기본적으로 21일 동안 진행하는데, 올해는 10월 4~24일에 걸쳐 벌어진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첫 국회 국정감사라 하여 야권에서 단단히 벼르고 준비한다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짧은 기간 동안 공세를 펼쳐봤자 금세 지나가 버려 몇 달, 아니 수 년에 걸쳐 파고들어야 하는 사안을 두고 뜻한 바를 이루기 어려운 법이다.

    올해 국감 피감기관은 783곳이다. 주말 휴회 등을 빼고 나면 실제 국감 기간은 15일 동안인데, 하루에 52곳 이상을, 다시 16개 상임위원회로 나누면 하루에 3개 기관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 하루 동안에도 의사 진행과 업무 보고 등의 요식적인 절차를 거치고 나면 정작 국감에 집중할 시간은 6~7시간 정도이고, 현장 시찰과 증인·참고인 대상 질의 등을 진행하면 그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 게다가 파행과 정회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더 줄어들거나 아예 열리지도 못하게 되기 일쑤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보면 50곳에 가까운 피감기관들을 살펴야 한다. 이러니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제대로 된 내실 있는 국감은 실종된 채 수박 겉핥기나 다름없이 대충 지나가면서 피감기관에 대한 면죄부를 주며 끝나버리는 것이다.

    여야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을 선정하는 데 내실 있는 감사를 위해 꼭 필요한 대상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삼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17대 국회가 479곳, 18대 507곳, 19대 619곳으로 증가하다가 지난 2021년에는 745곳으로 급증했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올해에는 783곳으로 또 다시 늘어났다.

    무더기로 증인과 참고인을 선정해 채택하고는 마구잡이로 불러대며 ‘악습을 되풀이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대상자는 의원실 요청에 따라 수 천 명에 이른다.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참모, 외국인들까지 인질로 삼듯 무분별하게 채택하려는 모습도 반복된다. 심지어 증인 요청을 했다가 빼주는 대가로 각종 민원을 부탁하는 물밑 거래도 이루어진다. 특히 바쁜 기업인들을 줄줄이 불러놓고는 창피 주기와 윽박 지르기로 모욕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이 17대 국회에서는 연평균 52명이었으나, 18대 국회 77명, 19대 국회 125명, 20대 국회 159명으로 급증했고, 지금도 그 도를 더하고 있다. 그렇지만 막상 불러놓고는 전혀 달라진다. 국감장에서 말 한 마디 못한 채 하루 내내 앉아 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고작 증언대에 서 봐야 1~2분 대답을 하거나 짧은 단문 대답만 한두 마디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증인들이 말하려고 하면 의원들이 본인 말만 하고는 다짜고짜 호통을 치는 경우가 많아 국민 스트레스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국회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제도적인 변화를 주지 않으면 이러한 행태가 변할 리 없다. 그렇다고 국정감사가 헌법 사항(제61조)이라 개헌을 하지 않으면 당장 없앨 수도 없다. 이런 까닭에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라는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 수행을 중시하되 그 문제점을 원점에서 살펴보고 효율적이며 국민친화적인 방향으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별도의 기간을 정해 국정감사를 따로 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젠 행정권력에서 입법권력으로 점차 옮겨가는 현실에서 국회의 존재감을 걱정할 이유가 없는 만큼 비실용적인 국감을 존치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 국회가 거의 매달 개회하면서 상시적으로 열리는 상황에서 상임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행정부를 감사하고 있어 굳이 되풀이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만일 국정 조사와 감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대책까지 마련하도록 바꾸는 한편 피감기관 선정에서 문제가 있는 기관과 증인·참고인 만을 대상으로 삼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대상기관의 임직원들을 총동원 하듯 불러서 대기시킬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대상자만 지명해 불러 입장시킨 후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심도 있게 질의·대화를 주고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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