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로 살아난 전재수, ‘허위사실’에 발목?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6-05-12 14: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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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공소시효 만료’라는 등의 이유로 법망에서 잘도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의 보좌진 4명은 조직적으로 PC 저장장치를 파손해 유기한 증거인멸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몸통은 법망을 빠져나갔지만,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던 젊은 보좌진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그를 보호하려다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수법이 마치 007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법이어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저장 매체를 망치로 내려치거나 인근 밭과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는 등 기상천외한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실제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전 후보 보좌관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전 후보 보좌진들은 작년 12월 경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인멸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재수 선임비서관이 합수본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인턴 비서관에게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 있는 PC들을 초기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으니 수사기관에 책 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라면서 자신의 PC 뿐만 아니라 부산 사무실 내 업무용 PC 전체를 초기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보좌관은 그의 보고를 받은 뒤 “포맷(초기화) 전 필요한 자료는 백업해두라”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증거인멸을 위한 포맷을 승인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선임비서관은 전 후보의 서울 사무실 8급 비서관에게 PC 초기화 방법을 문의했고, 이 비서관은 ‘SSD 카드를 꽂았던 PC는 다시 한 번 더 포맷을 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방법을 알려주었다.


    선임비서관은 PC 포맷을 마친 뒤, PC에서 분리한 저장장치까지 모두 파손했다.


    그는 PC의 HDD(하드디스크)를 드라이버로 해체한 뒤 망치로 내리치고,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손과 발로 구부러뜨리는 방식으로 파괴해 버렸다.


    그렇게 파손한 저장장치를 주거지 인근 밭 또는 목욕탕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합수본은 선임비서관을 비롯, 증거인멸에 가담한 전재수 후보 보좌진 4명을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앞서 합수본은 통일교로부터 금품과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었다.


    결과적으로 몸통 없는 손발만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전재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현금 뭉치와 까르띠에 등 고가의 명품 시계 수수 의혹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할 수 없더라도 그가 선거 과정에서 이런 의혹들을 정명으로 부인한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라는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전재수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줄곧 "금품 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라거나 "10원짜리 하나 받은 적 없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런데 전재수 보좌진들이 모두 증거인멸로 재판에 넘겨진 걸 보면 이런 발언들이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에는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로 규정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선거범죄로 다루도록 하고 있다.


    전재수 후보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맞는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3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설사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전재수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만큼 수사기관도 이를 그냥 덮어두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전재수 후보를 ‘공소시효’가 살렸는데 ‘허위사실 공표’에 발목이 잡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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