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지방교부금 제대로 집행하도록 만들라

    현경병, 할말은 한다 / 시민일보 / 2023-03-15 14: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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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병 전 국회의원



    얼마 전에 필자를 정말 깜짝 놀랐다. 연간 자체 세수가 869억원으로 재정 자립도가 겨우 10%인 전북 김제시에서 지난해 추석을 맞아 코로나19 지원금 명목으로 시민 8만여명 모두에게 1인당 100만원씩 총 810억원을 지급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가 주목받았는데 중앙정부가 내려 보내주는 지방교부금 3900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1962년에 제정된 현행지방교부세법은 당시만 해도 지방 재정이 워낙 궁핍해 국세의 19.24%를 무조건 지자체로 지급하도록 의무화 했는데, 아직까지도 이 규정에 근거해 재정 지원을 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이 받은 지방교부금 총액은 지난해에만 77조원이었다.


    그러나 재정 상태가 취약한 지자체를 돕고자 만든 이 제도는 자치단체장들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3연임이 보장된 상황에서 선거용 매표 차원에서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19년 몇몇 지자체장이 무분별한 현금복지를 그만하자는 뜻을 밝히며 개선에 나섰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연말 지자체의 신규 복지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 조항 자체를 없애 버려 지자체의 현금 뿌리기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이 돈 퍼붓기를 초래했다. 물론 좌파 정권답게 포퓰리즘을 펼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합법적인 금품 제공이 선거철 뿐만 아니라 4년 내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의 재정 운용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한 상황에서 나라 전체의 살림을 더 쪼들리게 만들었다. 국가채무 비율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36.0%에서 2022년에는 50.1%에 이르렀다. 건국 후 1948~2017년 70년 동안 국가부채가 660.2조원으로 늘어났는데, 문 정부 집권 5년 사이에 폭증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1068.8조원 정도로 억제하며 당초 예상하던 국가채무 비율을 50.1%에서 49.7%로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400조원 이상 더 늘어난 나라빚으로 인해 재정 위기는 물론이고 한국의 국가 위기 논란까지 불러왔다.


    지방정부들까지 이렇게 방만하게 돈을 써대면 국가재정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더욱이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 지자체들은 재난 지원금을 앞세워 단체장의 인기몰이를 위한 현금 살포가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어르신 수당, 청년 수당, 육아 수당, 해녀 수당 같이 현재 시행 중인 현금복지만 해도 그 종류가 2000가지에 달한다. 심지어 목욕비, 이미용비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복지 사업과 겹쳐 이중, 삼중으로 지급되는 경우도 흔하다. 일각에서는 중복 복지사업으로 인해 낭비한 세금이 한해 20조원 이상이라는 통계마저 나와 있다.


    중앙정부는 윤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대적인 감세 조치와 함께 재정 긴축을 통한 재정 안전성과 건전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지자체도 이 규정을 고쳐 적절한 재정을 지급하도록 바꿔야 한다. 그러자면 국회에서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개정 과정에서 공정과 경쟁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지방 주민들과 지역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정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일은 국회가 서둘러 해내야 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19% 의무화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에 더해 실제로 고치려는 국회 내부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확보에 매달리다 보니 이러한 방만한 재정 운용과 세금의 낭비를 외면하거나 방치했다. 이제라도 국회는 60년이 더 지나 현실에 맞지 않는 법 규정을 고쳐 단체장들의 현금 포퓰리즘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중앙정부의 역할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든지 제대로 된 집행과 그에 어긋날 경우 벌칙 정책을 통해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매년 정기적인 감사는 물론이고 사안별로 일정 기준을 정해 감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편법 차원은 물론이고 합당하지 않은 지출을 하면 다른 재정에 연동 책임을 부과해 지정 낭비를 막는 한편 불법을 저지를 경우엔 엄정하고 철저한 사법처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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