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자강 없인 패권국의 흥정 대상, 경제·안보 파장 예의주시한 냉철 전략 절실

    칼럼 / 시민일보 / 2026-05-19 14: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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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8년 6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Xi Jinping │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5월 14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5분 동안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요 의제는 중동 전쟁과 대만문제, 양국 통상갈등 해결 및 경제협력이었다. 대타협이나 공동성명은 없었으나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과 ‘이란 핵’, ‘대만 문제’ 등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으며 양국 간 관계 안정이 강조됐다. 두 정상의 발언과 의전 전반을 통해선 중국의 강화된 위상이 확인됐다. 또 두 패권국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제질서와 정세를 조정하고 경쟁과 협력, ‘거래’를 이어갈 것이라는 메시지도 극명(克明)하게 드러났다.

    백악관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미·중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유지돼야 하며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중동 문제가 회담 의제 중 하나였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 없이 “중국의 정책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라고만 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종전 지표이자 성과로 추진하려는 미국과,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대미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중국의 엇갈린 입장이 드러난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신 대만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 면전(面前)에서 꺼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의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또 다른 발언을 통해서도 양국이 대등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개척할 수 있는지 역사와 세계인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란 새로 부상하는 국가가 기존 지배국의 패권을 위협할 때 전쟁이 터지게 된다는 국제정치학 용어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미·중 두 나라가 책임 의식을 갖고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미·중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에 대해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상향이행(相向而行)’이라고 설명하며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이고, 경쟁이 절제된 선의의 안정이자 이견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의 일상적 안정 및 평화를 기대할 수 있는 지속적 안정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로 부상하는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의 전면 대결 국면을 이르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전(面前)에서 직접 거론한 점은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이는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국제정치학 이론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는 완전히 양립할 수 있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별도 거론하지 않았으며, 이번 회담에 ‘테슬라(TESLA)’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 │ 黃仁勳)’, ‘애플(Apple)’의 CEO ‘팀 쿡(Tim Cook)’, ‘블랙록(Black Rock)’의 CEO‘래리 핑크(Larry Fink)’, ‘보잉(Boeing)’의 CEO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 등 미국의 거물급 기업인 30여 명을 배석시킨 데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협력 의지가 크게 읽힌다. 중국 언론은 한반도 문제도 의제로 올랐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라며 이를 “좋은 협상 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말 승인한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 계획을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행정부 이후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라는, 이른바 ‘대만 6대 보장’을 견지해 왔는데 이런 원칙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미 나토(NATO)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압박과 주독 미군 감축으로 대서양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이제는 태평양 동맹과 우방국들에까지 불확실성(Uncertainty)을 키우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방중(訪中) 뒤 귀국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에 무기를 “팔 수도 있고 팔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한 것이 기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는 “80년대는 꽤 먼 과거”라고 했다. 또 “중국은 엄청나게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아주 작은 섬”으로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대만 독립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조 바이든(Joe Biden)’ 전 미국 대통령이 유사시 “군사 개입”까지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와 온도 차이가 크다. 대만은 물론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에도 불안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한 것은 우리로선 의미가 크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하려 하지만 국제사회가 여전히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30분간 통화하며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정세를 직접 설명한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한·미 정상 간 전략 소통 채널이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오는 5월 19~2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같은 시기 ‘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 高市早苗)’ 일본 총리도 한국을 찾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움직임이 숨 가쁘게 이어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 대만해협의 안정성을 강조해 왔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문제를 핵심 국가 이익으로 규정해 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원칙과 안보의 영역을 넘어 미·중 간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반도 현안도 다뤄졌다고 하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한국도 ‘도널드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관’에서 예외라는 보장이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 강대국의 협상 판에서는 동맹의 이익도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한반도가 그런 운명에 처하지 않도록 자강(自强) 노력과 함께, 치밀한 동맹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다. 미국과 중국의 실질적 행동을 끌어낼 수 있도록 외교적 협의를 특별히 강화해야만 한다. 오는 5월 19일 경북 안동에서 4개월 만에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Risk)’를 최소화하고 북한 비핵화에 한 발이라도 다가갈 공조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여전히 국제정세는 유동적이고 미래는 불확실하기 그지없다. 강대국 경쟁의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교한 외교를 선제적으로 펼쳐나가야만 한다.

    미·중 정상회담은 국제질서 규범 대신 강대국의 힘이, 동맹·우방의 가치보다도 패권국의 이해 거래가 우선되는 냉혹한 현실을 극명(克明)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로선 미·중 간 통상·경제 관계 변화에 따라 반도체, 인공지능, 조선, 철강, 이차전지 등 산업에 전방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술, 에너지, 방위의 자립(自立)과 자강(自强) 없이는 나라의 운명이 패권국의 흥정거리로 ‘거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만 한다. 이렇듯 북·중·러 밀착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국면이다. 주한미군도 북한·중국과의 협상 때 언제든‘칩’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시진핑 주석과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면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도 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비롯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상황에 따라 ‘It depends’와 ‘Case by case’의 다각적·다층적·다양한 안보 전략을 선제적·공격적으로 짜나가야만 한다. 자립·자강 없인 언제든 졸지에 패권국의 흥정과 거래 대상으로 전락(轉落)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경제·안보 파장 예의주시한 냉철한 대응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미·중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외교적·경제적 대응에 적극적·공격적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핵심 동맹으로서 미국과 긴밀한 경제·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호혜적 협력 채널도 열어놔야 한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일단 두 강대국이 ‘관리된 안정(Managed Stability)’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도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힐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패권 강화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경제·안보 상황에 가변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향후 국제정세의 변동성(Volatility)을 예의주시(銳意注視)하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경제·안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 이런 격동의 와중에 북핵 위협과 동북아 안보 불안에 선제 대응하려면 한·미·일 협력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이 기본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급선무(急先務) 이다. 동시에 우리를 스스로 지켜 낼 자강(自强) 능력도 당연히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 핵 추진 잠수함 확보와 미사일 방어 역량 강화 등 독자적 억지력을 높이는 데에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註)하여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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