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연체율 0.92%의 경고음, 비상한 각오로 부실 확대 선제 대응해야

    칼럼 / 시민일보 / 2026-04-22 14: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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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고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16일 발표한‘2026.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62%로 전월 말(0.56%)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0.58%) 대비 0.04%포인트 상승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10년 만에 최고치다. 대기업(0.19%↑)과 가계대출(0.45%↑) 여건도 악화(惡化)됐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중소법인의 연체율이 1.02%를 기록하며 위기 신호의 임계점(臨界點 │ Critical point)인 ‘1%’ 선을 넘어서 경제 불안을 키우는 복병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법인(1.02%↑)과 개인사업자(0.78%↑)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0.92%였으나 중소법인만 따로 보면 1.02%로 전월보다 0.13%포인트나 전년 동월보다 0.12%포인트나 치솟아 전 부문 중 가장 크게 악화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2년 전만 해도 0.76%에 그쳤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다 최근에는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자재비·인건비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은 충격파를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새다. 주택담보대출(0.31%↑)과 가계신용대출 등(0.90%↑)을 포함한 가계대출 연체율 0.45%와 비교해 중소기업의 연체율(0.92%)은 무려 2.04배를 넘는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단 분석이다.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의 경기 둔화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수치는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가 반영되기 이전이란 점에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중동 전쟁으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며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는데, 건전성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각종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 이를 방증(傍證)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 들어 3개월 동안 15조 483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4조 5,868억 원 늘어난 것에 비해 3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올해 3개월간 무려 6조 3,356억 원 증가했는데, 전년 증가 폭 9,632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6.57배 이상 늘었다. 빚을 내 버티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지난 4월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어음부도율(금액 기준 │ 전자 결제분 제외)은 지난해 12월 0.04%에서 올해 1월 0.05%, 2월 0.08%로 상승했다. 작년 말 반짝 낮아졌던 부도율이 연초 들어 다시 가파르게 반등한 것이다.

    올해 들어 불과 두 달 만에 두 배로 뛰며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졌다. 이런 흐름은 실제 부도업체 수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까지 두 달간 어음 등을 결제하지 못해 파산한 누적 부도업체 수는 37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1개보다 32.4%(91개)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발생해도 원자재 대금과 이자, 인건비를 제때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 기업들의 비용 압박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시장금리 오름세까지 겹치면서 이자 비용과 운전자금 조달 여건도 함께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외환·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취약부문 부실 확대가 잠재 리스크”라며 “미 관세 영향 본격화와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다시 저하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란 전쟁 이후 공급망 균열과 원료비 압박이 가중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급속히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의 부실은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은행 건전성 악화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리스크(Risk)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 모니터링(Monitoring)을 강화하고 건전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는 정교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수출 기업의 경우 무역금융 추가 지원과 수출 다변화 등도 적극·공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다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좀비 기업(한계기업)’은 부실 채권 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산업의 혈맥(血脈)인 중소기업들이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몰리기 전에 당국과 금융권 모두 비상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로 부실 확대 방지를 위한 선제 대응에 총력 경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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