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범죄, 국가만의 과제인가” - 공인탐정업법 제정의 시급성

    칼럼 / 시민일보 / 2026-03-26 15: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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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4일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 결과를 직접 공개했다. 2025년 10월 17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 5개월간 추진된 1차 특별단속에서 총 1493명이 단속되어 640명이 송치되고 7명이 구속되었다. 공급질서 교란 448명, 농지투기 293명, 불법중개 254명 등 유형도 다양했다.

    주목할 점은 공인중개사 132명, 공무원 43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공인중개사 단체의 담합, 허위실거래가 띄우기, LH 임대주택 위장전입, 재개발 조합 금품 수수 등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어 부동산 범죄가 구조적 문제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는 3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2차 특별단속에 돌입하여 집값 담합과 농지투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나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범죄의 예방과 적발을 과연 국가 기관만의 힘으로 완수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예산의 제약 속에서 운영된다. 전국의 모든 부동산 거래 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서와 지구대, 파출소가 모든 가정의 절도를 예방할 수 없는 것처럼, 공권력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민간경비업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이를 규율하는 것이 경비업법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수사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민간조사 서비스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각종 전문직 종사자가 자신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살려 공익적 차원의 합법적인 조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는 국가의 정책 추진에 보탬이 되면서도 의뢰인의 피해 예방과 권리 구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단속에서 공인중개사가 132명이나 적발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부동산 전문직 종사자가 부동산탐정으로 활동한다면, 거래 현장의 이상 징후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의사가 같은 의사의 의료과실을 가장 잘 알고, 화이트해커가 블랙해커를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위 실거래가 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거래 진정성 조사, 분양권 불법 전매나 명의신탁의 징후 분석, 재건축 및 재개발 현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등은 전문 공익탐정이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에서는 이러한 현장 수요를 반영하여 '공익탐정론', '부동산탐정론' 등 다양한 정규 교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탐정학 학사학위 과정으로서, 부동산탐정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및 호주 등 선진국 대부분의 주(州)에서 탐정에게 면허를 발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테러와 인신매매, 마약 범죄 등 연방 차원의 중범죄에 대해 탐정에게 신고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는 약 6만 명의 사설탐정이 활동하고 있고, 독일 약 2만 2천 명, 영국 약 1만 7천 명, 호주 약 6,500명의 면허 탐정이 민간조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국가에서 탐정은 공권력의 보완자로서 범죄 예방과 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탐정업을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래 30년이 지났지만, 민간조사업의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K-컬처로 대표되는 국격(國格)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국민의 안전과 권리 보호를 위한 민관 협력 차원의 조사 서비스 제도가 부재하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1996년 OECD 가입과 함께 민간경비업과 탐정업이 외국에 개방되어, 해외 탐정 회사들은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반면 우리 업체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경쟁에서 배제되는 불균형이 이미 30년째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업 법제화 논의는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제21대 국회까지 무려 13차례 이상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사실조사를 지원하는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22년 대선 당시 67호 공약으로 탐정업법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주무부처 간 협의 조정의 실패와 일부 직역 단체의 업권(業權) 침해 우려에 따른 반대 논리, 사생활 침해에 대한 막연한 우려 등으로 번번이 입법에 실패해 왔다.

    2020년 8월 5일,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이라는 명칭의 사용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탐정업은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탐정의 업무 범위, 자격 요건, 관리 및 감독 체계를 규정하는 별도의 법률은 제정되지 않았다. 명칭만 합법이고 제도적 기반은 공백인 기형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22대 국회에도 탐정업법안이 발의되어 계류 중이지만, 정국의 급변과 쟁점 법안 처리에 밀려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의 성과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속이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구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공인탐정제도는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을 갖춘 탐정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거래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여 관계 기관에 신고하는 체계가 갖추어진다면,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매수인이 거래 전 탐정을 통해 해당 물건의 권리관계와 시세 적정성을 검증받는 것이 일상화된다면, 허위실거래가 띄우기나 기획부동산 사기와 같은 범죄는 발붙일 곳이 줄어든다.

    비단 부동산 분야만이 아니다. 보험사기 조사,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실종자 수색, 기업 내부 비위 조사, 학교폭력 사안의 사실확인 등 탐정의 전문적 조사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은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탐정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국민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제 모든 사회 문제를 국가가 홀로 해결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과 공공의 권위가 협력하는 유연한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경찰서와 지구대만으로 치안의 모든 공백을 메울 수 없어 민간경비업이 제도화되었듯이, 공권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조사업을 제도화하는 것은 시대적 당위이다.

    탐정의 예리한 눈과 전문적 추리가 국가의 법질서 확립에 기여한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법조 분야에 검사, 판사, 변호사의 3륜 체계가 있듯이, 치안 분야에도 경찰, 탐정, 민간경비의 3륜 체계가 구축되어야 공권력의 사각지대가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

    공인탐정업법의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1999년 이래 27년간 국회를 맴돌며 표류해 온 이 법안이 제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경찰청이 2017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2.3%가 탐정 법제화에 찬성한 바 있다.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와 입법부의 결단이다. 민(民)과 관(官)이 함께하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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