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청렴, 평가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다

    칼럼 / 시민일보 / 2025-03-04 14: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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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이주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기관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조직을 우리는 '공공기관'이라 부른다. 

     

    지방의회 역시 지역 주민을 대표하고, 지방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공공기관 중 하나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청렴성은 단순한 평가 점수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지탱하는 핵심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

    지난 2월 2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2025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최종 실시계획 확정을 앞두고 의견 수렴 과정이 진행 중이지만, 이번 계획에서도 조사 대상 기관이 확대되고 일부 지표가 개선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작년에 처음 실시된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가 올해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는 지방의회의 청렴도 점수가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에 비해 크게 낮았기 때문에 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예산 사용과 허위 집행, 지방의회의 청렴도 위기


    국민권익위는 2022년 6월부터 시행 중인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바탕으로 지방의회의 부적절한 예산 사용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 243개 지방의회 중 27개 의회에서 증빙자료 누락, 개인 식사비 지출 등으로 총 21억 원이 넘는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 발생했다. 

     

    또한, 11개 지방의회에서는 연수 및 체육대회 명목으로 1억 6천만 원 이상을 불필요한 단체복 구입에 사용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숙박비 허위 청구, 영수증 부풀리기, 출장비 과다 수령 등으로 9개 지방의회에서 총 4천 3백만 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점이다. 이는 국민권익위의 자체 조사와 이행 점검 결과 밝혀진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지방의회 해외출장 전후 보고서 및 겸직 현황 등을 지방행정종합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조치가 청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청렴도 평가 1등급, 과연 의미 있는가?


    청렴도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지방의회도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경남도의회는 2024년 청렴도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장과 부의장이 금품 살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여러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7명의 도의원이 수사나 재판을 받았다. 

     

    평가 지표상 의원 부패 사건이 발생하면 감점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사건이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기소되었더라도 금품 수수 같은 특정 사건만 부패로 인정되기 때문에 현실과 평가 결과 간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경우, 작년 평가에서 14년 만에 1등급을 달성했지만, 서울시의회는 4등급에 그쳤다. 이는 집행기관과 의회 간의 청렴도 격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 결과만으로는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청렴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청렴이란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가치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방의회의 청렴도 역시 이러한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청렴은 단순한 평가 점수로 규정할 수 없는 문제이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와 계층이 함께 실천해야 할 지속적인 가치다.


    따라서 지방의회는 청렴도 평가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지역 주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올해 1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내년에는 4등급, 5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아무리 1등급을 홍보해도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평가 점수가 아니라, 지방의회가 스스로 얼마나 청렴성을 유지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사무처의 혁신 없이는 지방의회 청렴도도 없다

    지방의회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자체뿐만 아니라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처(국)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순환근무 등의 시스템으로 지방의회와 집행부를 오가는 공무원들은 더욱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적극 행정을 실천해야 하며, 각종 문서와 조례 입안 과정에서 공무원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청렴성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원의 개인적 부패가 사무처의 부정부패로 이어지고, 나아가 지방 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 이는 지방선거 투표율 저조로 이어지며,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한국 지방정치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2018년 60.02%에서 2022년 50.9%로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부적절한 예산 사용과 부정, 각종 비리를 묵인하는 사무처가 있다면, 이제는 의회와 의원 뒤에 숨지 말고 적극적인 청렴 활동에 나서야 한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듯이, 사무처 역시 스스로의 청렴성을 점검하고 투명한 행정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25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렴 워크숍을 진행했고, 올해는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의회는 작년 청렴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의회 의원과 재직 공무원을 위한 청렴문화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올해 1월 3일 제정했다. 이러한 변화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지방의회의 청렴이란, 단순한 평가 결과가 아니라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제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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