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시대, 대학의 역할과 책무

    칼럼 / 시민일보 / 2025-10-28 14: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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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돈 경민대학교 온다입학지원처장



    한때 평생 직업이 가능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평생학습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직업 구조는 끊임없이 재편되고, 세대 간 격차뿐 아니라 ‘학습의 격차’가 사회 불평등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대학은 더 이상 ‘청년기 교육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생교육시대의 핵심 주체로서, 대학은 생애 전 주기에 걸친 학습의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우선 대학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과거 대학은 학문적 탐구와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두 축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산업구조보다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인력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사회는 유연한 사고와 적응력을 지닌 인재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대학은 20대 초반의 정규 학생만을 위한 폐쇄적인 교육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학은 사회 변화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이 크다.


    평생교육시대의 대학은 ‘열린 캠퍼스(Open Campus)’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나이, 학력,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배우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학위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마이크로 러닝(Micro Learning)’과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와 같은 짧고 실용적인 과정으로 학습자 중심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연계한 단기 전문과정, 온라인 학점제, 산업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이제는 평생학습자들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유연한 학사제도와 교육과정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둘째, 대학은 지역사회 평생교육의 중추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위기가 곧 지역소멸의 위기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대학은 단순한 고등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 인재와 산업, 문화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야 한다. 지역 주민, 중장년층,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기업과 협력하여 현장 중심의 기술·창업 교육을 제공하는 등 ‘열린 지역대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대학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대학의 교수진 역시 변화에 발맞추어야 한다. 전통적인 강의 중심의 교수법에서 벗어나, 학습자 경험 중심의 ‘코칭형 교수’로 전환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의 학습자는 청년층보다 학습 목적이 구체적이고, 삶의 경험이 풍부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문제 해결’과 ‘성찰’이 병행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수는 단순한 지식 공급자가 아니라 학습 설계자이자 학습 동반자로서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내부에서도 교수의 교육역량 개발, 융복합 교육 훈련, 산업 현장 실무 경험 확대 등의 제도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의 활용은 대학이 평생교육기관으로 진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메타버스 강의, AI 튜터 등 첨단 기술은 시·공간적 제약을 허물고 학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특히 대학이 자체적으로 ‘디지털 캠퍼스’를 구축해 온라인 학습 콘텐츠를 산업체, 공공기관, 개인 학습자에게 개방한다면, 대학은 국가 차원의 지식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학습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섯째,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여전히 정규학위 과정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성인학습자나 직장인을 위한 학사운영에는 한계가 있다.

     

    평생교육 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위해 학점 인정, 등록금 체계, 교육과정 인증 등 제도적 장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계와의 협력모델을 강화하고, 지역 평생학습 거점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지원하는 재정적ㆍ행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변화는 단순히 교육체제의 개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육 철학의 혁신’이어야 한다. 대학은 이제 지식의 정답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배움의 여정’을 함께 설계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 청년층부터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모두가 배우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대학의 새로운 사명이다.


    평생교육시대의 대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래사회는 배움을 지속하는 사람과 멈추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대학이 그 배움의 길잡이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이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평생학습의 중심으로서 새롭게 태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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