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모두 정의를 지향하고 있을까? 정보의 오류와 함정 경계해야

    칼럼 / 시민일보 / 2025-05-19 15: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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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가 다소 허황해도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상상력과 ‘그럴 수 있느냐’하는 의구심 함께 지녀야·· ‘확신 들면 상상과 의심 중 한쪽은 배제하는 지혜 필요’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제보(提報)란 정보(情報)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보 받는 자’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특정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인지하게 하거나 문제 제기에 필요한 근거로 삼도록 비공개(간혹 공개)리에 관련 자료를 임의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제보’라 한다.

    제보는 고소·고발·탄원 등과 달리 일정한 형식이나 조건을 갖출 필요가 없고, 대외적으로 신분 노출 없이 제보자가 제보하고 싶은 사람이나 기관 등 그 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 실현’이라는 대의명분아래 정치권과 언론인, 수사기관 등을 향해 흔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서는 번번이 ‘제보에 의하면··’이라는 전제아래 소관 부처 대상 질의와 책임 추궁이 행해지고 있으며, 라디오나 TV를 비롯 유튜브에 출연하는 정치·시사평론가들 역시 주요 쟁점 마다 ‘제보를 받고 취재해보니··’라며 늘 많은 제보가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곤 한다. 제보는 이제 의정활동이나 방송, 범죄수사 등 많은 영역에 걸쳐 활력을 촉진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원(energy源)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제보’는 부패와 범죄는 물론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과 해악을 들추어내거나 제압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으나, ‘제보’라는 미명아래 특정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음해 제보’ 또는 의도적으로 조작·과장된 정보를 제보하여 그 정보 사용자를 ‘헛다리 짚은 멍청한 사람’으로 곤경에 빠트리려는 ‘함정 제보’도 적지 않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특히 고소나 고발·탄원 등의 경우 입증책임이 고소인이나 고발인·탄원인이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보된 정보’는 입증 책임이 일반적으로 제보자에게 있지 않고 제보된 정보를 사용한 사람에게 있다. 어떤 제보가 잘못된 제보로 밝혀질 경우 제보자는 제보 받은 사람에게 도의적·인간적 미안함을 질 뿐 대외적·법적 책임은 전적(또는 1차적)으로 정보 사용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이렇듯 제보는 ‘높은 유용성’과 ‘위태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 ‘복어국 먹듯’ 잘 활용하면 대박이요, 잘못 사용하면 망신 하기 적격이다. 따라서 ‘제보를 받거나 정보를 사용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제보자의 의도 평가 등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석 역량’과 ‘합당한 정보 사용 방침’을 갖추어야 할 것인 바, 필자의 40년 정보학 탐구 자료를 바탕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해두고 싶다.

    첫째. 제보자의 신뢰도(信賴度)와 가망성(可望性)은 비례하지 않는다. 정보의 가치는 공식적으로만 산출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보의 출처가 ‘A급’이라 하여 가망성도 반드시 ‘A급’이라고 여겨서는 안된다. 출처가 ‘C급’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망성이 매우 높은 ‘A급’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성직자의 제보라하여 반드시 가망성이 높은 정보라 할 수 없으며, 노숙자의 제보라하여 언제나 가망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보의 제공에는 의도적 가감 등 왜곡이나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향해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장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 명이 자정이 넘은 시각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제보자인 첼리스트 A 씨는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함으로써 해당 의혹은 완전한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통념상 ‘젊은 여성 첼리스트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는 점에서 신뢰도와 가망성을 일응 높게 평가할 수 있었으리라 여겨지지만 출처(제보자에 대한 신뢰도)와 가망성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인식하게 한 교훈적 사례라 하겠다.

    둘째, 제보 받은 정보가 다소 허무맹랑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상상력(想像力)’과 ‘그럴 수 있느냐’하는 ‘의구심(疑懼心)’을 동시에 지니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와 함께 결정적 단서 등으로 확신이 가는 경우에는 상상력과 의구심 가운데 어느 하나에 집주(集注)하는 선택과 배제의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2014년 박근혜 정권은 소위 ‘십상시’의 할거로 곤욕을 치르렀다. 이 때 ‘십상시’의 존재와 문제점을 일찌감치 알린 결정적 제보와 정보 보고가 있었으나 정보 순환 과정에서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판단, 이 정보가 배척됐다. 이후 십상시의 폐혜를 열거한 정보가 깡그리 무시되었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많은 정보 관계자들이 통탄했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이는 정보 검토 과정에서 유지되어야 할 ‘그럴 수 있다’는 상상력과 ‘그럴 수 있겠느냐’하는 의구심(신뢰 한계) 간의 균형이 깨진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셋째, 단일 출처의 제보는 신뢰도 부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는 제보자가 한 명(또는 한 곳)이라는 측면에서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학에서는 제보의 오류와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출처의 다원화가 제시되고 있다. 미국·영국 등 일부 선진국의 국가기관이나 정치인들은 사회적으로 중요 사안이 있을 때 제보 받은 정보의 신뢰성을 비교·평가하기 위해 사설탐정에게 특정 정보의 수집을 의뢰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최근 ‘러시아제 저격용 소총이 국내에 밀반입 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노린 테러 위협과 위해를 기도하는 온라인상 글이 더불어민주당과 경찰청에 잇따라 제보 또는 접수되고 있음과 관련하여 경찰청과 경호처 등 당국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한 것은 제보의 출처가 여러 곳이라는 측면에서 정보의 신뢰도가 한층 더 높게 평가된 좋은 예라 하겠다. 이러한 조치는 ‘위해 예방’을 궁극 목적이자 최대 가치로 여기는 ‘경호의 원리’에도 온전히 부합한다.

    넷째, ‘제보 받은 사람’이나 ‘정보 사용자’ 등은 ‘자기 검증과 자율 통제’가 원할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제보 내용이 아무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제보 받은 사람 또는 정보사용자’가 정보를 편식하는 확증 편향(確證偏向) 성향을 지니고 있거나 정보 보고자 역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보를 왜곡하는 그릇된 관행에 젖어 있을 경우 ‘실제 상황과 정보 보고 간의 괴리’에서 오는 행동 방책 수립 혼란으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여기에 딱 맞는 예가 있다.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려던 계획이 2023년 11월 28일 실시된 개최지 선정 1차 투표에서 사우디(리야드)에 한국(부산)이 119대 29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참패함으로써 무산되었다. 119대 29라는 ‘게임도 안되는 흐름’을 두고 정부관계자들은 뭘 보았길래 ‘박빙’이라거나 ‘역전 가능’으로 홍보해 온 것인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였다. 당시 이러한 오류와 혼돈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과 언론은 ‘듣기 싫은 보고에는 짜증을 잘 내는 대통령의 확증 편향(確證偏向, 정보 편식)’과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보고자의 정보 왜곡’이 부른 정보 참사(情報慘事)라고 입을 모았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소장,경희대학교글로벌미래교육원탐정학술전문화과정지도교수,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행정사·공인중개사자격취득,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개론(탐정학),경호학,경찰학개론外/사회분야(치안·국민안전·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明暗)등 600여편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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