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개혁, 정부만으로 가능한가…‘공인탐정’도 함께 뛰는 시대 열어야

    칼럼 / 시민일보 / 2026-08-21 18: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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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0일 제4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매점매석과 담합, 주가조작, 국고 부정수급 같은 경제질서 교란 행위와 디지털 성범죄, 마약, 중대재해, 공직부패 등을 국민의 삶에 큰 피해를 주는 분야로 지목하고 집중 대응을 주문했다. 반칙과 불공정, 비정상을 바로잡아 민생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러한 민생개혁을 정부와 공공기관의 힘만으로 완성할 수 있을까.

    민생을 해치는 불공정과 범죄는 국민의 생활현장에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갑자기 사라진 판매물량과 비정상적인 가격 움직임, 서로 짜고 움직이는 듯한 사업자들의 거래 흔적, 보조금을 받은 사업과 실제 수행내용의 차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공개정보와 자금흐름의 단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의 반복 유통과 계정 연결관계 등이 그렇다.

    경찰·검찰·국세청·공정거래당국·금융당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생활현장과 온라인 공간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모든 불공정의 징후를 찾아내는 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국가의 조사역량 강화와 함께 시민의 눈과 민간의 전문적 사실조사 역량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예컨대 매점매석이나 담합 의혹이라면 가격변동, 판매중단 시점, 온라인 판매정보, 사업자 관계와 유통경로를 연결해 이상징후를 구조화할 수 있다.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은 사업자 정보, 공공데이터, 사업실적, 공개된 계약·입찰자료와 신고자가 적법하게 보유한 자료를 교차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범죄 역시 게시물 URL, 게시시각, 계정관계와 공개된 디지털 흔적을 보존·정리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돕는 기초자료로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민간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사실과 단서를 적법하게 검증·연결하는 것이다.

    민생개혁의 성패는 단속기관의 숫자만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생활현장의 작은 단서를 검증 가능한 자료로 만들어 공적 조사로 연결하는 촘촘한 협력망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공인탐정제다. 제도가 도입되면 개인·기업의 권익을 위한 영리형 조사와 함께 공익신고·부정수급·경제질서 교란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를 지원하는 공익탐정의 활동도 활성화할 수 있다. 공인탐정이 자격의 문제라면 공익탐정은 그 자격을 공익 영역에 활용하는 역할의 문제다. 이러한 공익형 조사는 시민의 제보와 국가기관의 판단을 연결하며 민생개혁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

    공익신고 보상금과 포상금 제도도 함께 활성화해야 한다. 신고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상징후를 적법하게 확보·검증해 관계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시민의 제보-민간 전문가의 사실조사-국가기관의 조사와 판단-피해회복과 보상·포상’으로 이어질 때 공익신고는 더욱 강력한 민생개혁 수단이 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2022년 대선 당시 “왜 우리나라엔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이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공인탐정제 도입을 공약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일정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실종자 수색, 물건 소재 파악, 권리보호와 피해조사 등 합법적 사실조사를 맡기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4년 전의 이 공약과 오늘의 민생개혁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공권력과 권리보장의 사각지대를 적법한 민간조사 역량으로 보완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인탐정제 도입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9년이다. 이후 수차례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두드렸지만 주무부처, 업무범위, 개인정보 침해와 직역 갈등 등의 벽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27년째다. 이제는 해묵은 찬반논의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더구나 오는 10월 2일은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큰 전환점이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폐지되고 보완수사요구 중심으로 바뀐다. 수사와 공소의 역할·절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피해자와 기업, 시민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자료를 확보해 권리구제에 활용하려는 민간 사실조사 수요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종, 사기피해, 디지털 범죄, 자산추적, 기업조사, 공익신고 등에서도 적법한 민간조사의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다. 형사사법체계는 대대적으로 바뀌는데 민간조사제도만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공인탐정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장기간 입법을 가로막아 온 쟁점에도 해법은 있다. 자치분권과 민관협력의 시대에 맞게 주무부처를 행정안전부로 하는 관리체계를 검토하고, 경찰은 치안·범죄 관련 전문기관으로 협력할 수 있다. 변호사에게 일정한 교육·평가를 전제로 공인탐정 자격진입 경로를 열고, 탐정의 사실조사와 변호사의 법률사무가 연계·협력하도록 역할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탐정학 관련 학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공인탐정 자격시험 1차를 면제하고, 법 시행 전부터 적법하게 탐정 관련 사업을 해 온 현업 종사자에게는 한시적으로 1차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공인탐정법은 탐정에게 특권이나 수사권을 주는 법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업무범위와 금지행위를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통신비밀·사생활 보호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해킹·도청·불법 위치추적·개인정보 불법취득을 금지하고 자격요건, 윤리교육, 감독·징계, 책임보험 등 통제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이 법은 이미 존재하는 민간조사 수요를 법과 책임의 테두리 안에 두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학교교육을 학원이, 공공의료를 민간병원이 보완하듯 치안에서도 민간경비와 자율방범 활동이 사회안전망을 보완한다. 민간조사도 다르지 않다. 자동차가 늘어나면 운전면허와 교통규칙이 필요하듯, 민간조사 수요가 커질수록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자격·책임·감독 기준을 세워야 한다. 제도화를 미룰수록 음성적 시장과 불법의 위험만 커질 수 있다.

    K-방산, K-푸드, K-뷰티,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듯 이제 대한민국도 합법성·윤리성·공공성을 갖춘 ‘K-탐정’ 모델을 만들어 볼 때다. 공인탐정은 경찰을 대신하는 사설 경찰이 아니다. 시민이 발견한 단서를 적법하게 검증하고 흩어진 사실을 연결해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도록 돕고, 필요한 경우 국가기관의 공적 조사와 이어주는 전문적 사실조사자다.

    이제 27년을 끌어온 공인탐정제 논의를 다시 국회와 정부의 공론장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반칙과 불공정을 바로잡는 민생개혁은 정부청사 안에서만 완성될 수 없다. 시민이 눈이 되고, 공인탐정이 적법한 사실조사로 단서를 연결하며, 국가는 법적 권한으로 확인하고 책임지는 민관협력의 조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민생 현장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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