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고지 거부땐 사유 밝혀야

    칼럼 / 시민일보 / 2003-02-24 17: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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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고위공직자 정보비공개 취소청구訴 판결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을 규정한 공직자 윤리법에서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직계 존·비속의 고지거부 조항’과 관련, 고지거부시 사유만큼은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한기택 부장판사)는 최근 참여연대가 “고지거부조항을 이용, 재산등록을 거부한 1급 이상 공직자의 직계 존·비속 명단과 이들의 거부사유를 공개하라”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 결정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고지거부 조항이란 공직자 윤리법 제12조 4항에서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은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공직자가 부모나 자녀명의의 변칙상속, 위장증여 등을 통해 재산을 축소·은닉하는 방편으로 이용할 수 있어 합법적으로 법망을 피해갈 길을 터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계 존·비속의 재산까지 등록 대상으로 삼은 것은 건국이후 공직사에 비춰 공직자들이 재산을 직계 존·비속 명의로 은닉하거나 직계 존·비속이 공직자의 공직을 이용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산등록 거부가 정당한 것인지를 국민이 감시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고지를 거부한 직계 존·비속의 이름과 사유를 공개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고지거부 사유에 직계 존·비속 개인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유없다”며 “다만 고지거부 사유에 직계 존·비속외에 다른 사람 이름이 포함됐을 경우 해당 부분을 가리는 방법으로 공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3월 1급이상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시 36명이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 1명 이상의 재산에 대한 고지를 거부하자 “고지거부 조항이 공직자들의 재산 은닉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고지거부 사유의 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직계 존·비속에 대한 고지를 거부한 공직자는 세 아들을 거부대상에 올린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전윤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이종남 감사원장, 이기준 당시 서울대 총장,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 임인택 건설교통부 장관, 김승규 당시 대검차장, 전철환 당시 한국은행 총장 등 모두 36명이었다.
    /서정익기자 ik11@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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