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프로야구 침몰위기

    스포츠 / 시민일보 / 2004-09-06 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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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全구단 리스트 올라 조직적 비리의혹
    신장질환을 위장한 병역비리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밝혀짐에 따라 국내 프로야구가 지난 1982년 출범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우수 선수의 해외 유출로 관중이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국내 프로야구는 이번 병역 스캔들로 `치명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직종의 징병대상자들이 수년동안 비슷한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음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브로커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적인 병역비리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프로야구 全 구단 리스트 올라= 6일 현재 경찰 조사 결과 구속된 브로커 우모(38)씨의 장부에 있는 명단에는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이 모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씨의 `리스트’에 적힌 80여명 가운데 50여명은 프로야구 선수이고 나머지는 프로축구 선수 1명, 연예인 3~4명, 야구선수 출신 일반인과 대학생이 20여명 정도.

    특히 현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 선수까지 리스트에 적혀 있어 수사 진척에 따라 우씨의 장부는 자칫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살생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프로야구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병역 비리에 연루된 것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우씨의 공범 김모(29)씨가 우씨와의 `동업’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선·후배에게 접근, 은밀히 병역면제를 알선했기 때문이다.

    우씨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신장병 면제’ 수법으로 1996년부터 수천만원씩을 받고 병역 면제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1년 정민태의 병역비리 사건으로 시작된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종종 터졌지만 대부분 유명선수이거나 소수에 그친 데 반해 이번 사건은 8개 구단 소속 50여명의 선수가 포함돼 프로야구계에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킬 것이 확실시된다.

    ◆조직적인 범죄인가= 지난 1996년부터 같은 직종의 선수 50여명이 비슷한 질병으로 잇따라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는데도 지금까지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아 관계당국까지 연루된 조직적인 비리가 아니냐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브로커 우씨 등이 병역 면제를 요청한 선수들로부터 받은 3000~4000만원의 사례금가운데 일부가 징병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에게 `상납’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50여명 가운데 병역 면제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3년)가 지난 선수는 30여명 수준으로,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우씨와 김씨에 대한 조사에서 밝혀진다면 고질적이고 조직적인 병역비리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경찰은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질병을 가장해 병역을 면제 받은 것이 확인된 대상자는 공소시효 만료에 관계없이 병무청에 통보할 계획이며 우씨 등을 상대로 `병무 커넥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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